전연인 흉기 살해 후 투신 시도한 30대 “계획범죄 아냐...정신감정 신청”

전 여자친구가 배달 음식 받는 틈을 타 집으로 침입...흉기도 미리 챙겼다
유족 "감형 받기 위해 발악하는 것 같다" 분노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MBN 보도화면 갈무리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한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계획범죄를 부인하고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을 열었다. 이는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측이 미리 입장을 정리하는 기일이다.

A씨는 지난 9월3일 오후 6시40분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직후 직접 범행을 자수한 후 오피스텔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전 B씨와 관계 회복을 위해 오피스텔에 방문했다. 그는 피해자가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재결합을 요구하며 다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그가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 범행 가능성을 고려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살인 행위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공소장에 기재된 대로 계획적인 살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년 전부터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기에 정신감정을 신청한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어떤 약을 먹는지 확인하면 되는 것이 아닌지, 굳이 정신감정까지 필요한지에 대해 질문했다. A씨 측은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고 이를 통해 당시 피고가 자해 또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을 입증하기 위한다”고 답변했다.

법정에 방청 온 유가족들은 “공판 과정에서 양형 증인으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와 검찰에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뒤 한 유족은 “가해자가 감형을 받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감형받을 방법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교제 살인이 반복되고 있는데 법이 약해서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라도 엄벌이 나왔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울산지법에서 절도 및 상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들 재판과 이번 살인 사건을 병합해 향후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2월 10일 부산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