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앞두고 경제 위기감 고조
열쇠 쥔 巨野, 수권정당 면모 보이길
우원식 국회의장이 어제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전격 보류했다. 우 의장은 “현재로써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어렵다”며 “민생을 더 깊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에 오는 10일까지 예산안 협상을 마칠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여야 합의 없이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원내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의 조치가 무리하다고 여긴 결과로 풀이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우 의장이 정한 시한 내에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합의하길 촉구한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감액 예산안은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배정된 재원이 충분치 않아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 예산도 815억원이나 줄었다. 대통령실이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생긴다”며 우려를 표한 것은 당연하다. 동해 가스전 시추 사업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책정 금액의 98%에 달하는 497억원이 날아갔다. 언제는 R&D·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적다고 비판하더니 이번엔 삭감을 해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 손발을 꽁꽁 묶어 아무 일도 못 하게 하려는 노림수라 하겠다. 무책임한 국정 운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가 직면한 대외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한국에 10∼20%의 보편 관세만 부과해도 대미 수출이 최대 14%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도 0.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하니 수출로 지탱하는 우리 경제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세계 주요국은 ‘트럼프 리스크’에 맞서 여야가 합심해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데, 한국 국회는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으니 국민은 그저 애가 탈 뿐이다.
우 의장은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해야 한다”며 예산안 합의 처리를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규정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거의 모든 안건의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국민의힘과 예산안에 관한 건설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오로지 윤석열정부에 대한 정치 공세만을 위해 원내 다수당 지위를 남용한다면 ‘수권정당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 다음 선거 때 국민의 외면을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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