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미제로 남은 이른바 '빨간 대문집 납치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 받아 오다 무죄 판결을 받은 60대가 사촌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부장판사 김희영)은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2)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대구 달성군의 한 주택 앞 마당에서 사촌동생인 B(51)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사촌 B씨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지 한달가량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찍 부모를 여읜 A씨는 30대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머리를 크게 다쳐 7세 지능이 됐다. 그런 조카 A씨를 안쓰럽게 여겨 사촌인 B씨의 아버지 C씨가 30년 가까이 그를 보살피며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2008년 5월 C씨와 함께 살던 초등학교 6학년 D양의 집에 새벽시간 누군가 찾아와 C씨를 폭행하고, D양을 납치한 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16년째 미제로 남은 이른바 '빨간 대문집 납치 살인 사건'이다.
D양은 사건 발생 13일 뒤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심하게 부패한 시신으로 두개골은 흉기에 가격당한 듯 심하게 함몰됐고, 머리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골절로 뼈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이어 범인에 대해 의문의 진술을 하던 C씨도 사건 발생 84일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C씨가 숨진 작은방에는 이불을 덮고 누웠있던 남자가 발견됐는데 그가 바로 조카인 A씨였다. 경찰은 그가 시신과 일주일째 동거한 걸로 추정했다.
경찰은 집 안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제3자의 침입 흔적도 없는 걸로 봐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그는 삼촌인 C씨를 살해하지 않았고, 심지어 삼촌이 사망했는지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집 안에서 삼촌이 누군가와 다투는 것을 봤거나 비명을 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A씨는 일절 모른다고만 답했다. 7세 지능인 만큼 진술이 오락가락했고 살해의 직접 증거도 발견되지 않으면서, 결국 A씨는 8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A씨는 자신의 무죄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촌 B씨가 찾아와 골프채를 휘두르며 항의하자 흉기로 범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중하고 용서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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