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무죄 판단… 원심 파기환송
영상통화를 하면서 타인의 신체를 녹화하고 저장한 것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 불법촬영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씨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최근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환송했다. A씨는 2023년 5월 샤워 중인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해당 내용을 녹화한 뒤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자에 대한 협박과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A씨 혐의 중 나체 촬영 부분은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녹화·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적용하고, 신체 이미지를 촬영하는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A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보고 형량을 다시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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