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늦은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시민들은 당혹해하거나 두려운 마음으로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지켜보며 가족과 친지들이 안부를 살폈다.
프리랜서 박모(36)씨는 “소식을 듣고 뉴스기사를 계속 살펴보고 있지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계엄이란 말 자체가 강렬한지라 걱정되는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이 있는 단체대화방에선 다들 어리둥절한 반응”이라며 “걱정되는 마음에 가족들 안부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지난해 이맘때 영화 ‘서울의 봄’을 봤는데, 실제로 계엄을 겪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당장 9시간 후에 여의도로 출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일상을 살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인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다는 직장인 박모(36)씨는 “술자리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대체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유학생 윤모(28)씨는 “뉴스를 보자마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부모님과 통화했지만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역사 교과서에서 본 유혈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만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휴학 중인 의대생 김모(27)씨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문을 보고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며 “대통령이 의사를 적으로 돌리는 것으로 모자라 국민의 삶 전체를 인질로 잡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오후 11시쯤 서울역은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중 다소 불안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전으로 가는 마지막 KTX에 오른 한 20대 여성은 지인에게 “혹시 열차가 출발 안하면 어떡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열차에 탑승한 시민들은 저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스마트폰으로 뉴스 속보를 찾아봤다. 여기저기서 “전쟁난거냐”,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등 탄식도 들렸다.
학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가 정상 등교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줄을 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네이버 카페가 모바일 환경에서 접속 장애를 빚었는데, 이를 두고도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웹에서는 네이커 카페 접속이 가능했지만 댓글 달기는 되지 않았고, ‘카페 서비스 점검 중으로 4일 오전 1시까지인 점검 기간에는 게시글 댓글 읽기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네이버 카페 측은 공지를 통해 “네이버 카페 앱에서 개별 카페의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현재 원인 파악 및 문제 해결 중”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