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지율에도 경청 않고
반국가·반통일세력 말하던 대통령
결국 국가와 국민 위기로 몰아넣어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0월18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한 후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선거에서 검찰 수사관 출신인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진 것은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궐선거가 치러진 건 원래 강서구청장이었던 김 후보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특감반 파견 근무 중 친여권 인사에 대한 의혹 등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을 통해 누설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받고 직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 전 구청장을 대법원 판결 3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사면하면서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 법치’를 스스로 무너트렸고 비판받았다. 윤 대통령의 사면 덕에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비위로 치르게 된 선거에 다시 출마했고, 국민은 이런 행태를 심판했다.
선거 이틀 뒤에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긍정평가(주간)는 30%, 부정평가는 61%였다.
대통령의 발언에 변화의 기대감이 잠시 있었지만, 이미 민심 이반의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윤 대통령과 여당은 그대로였다.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 속에 국민의힘은 친윤계 위주로 올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고, 채상병 사망 사고 수사 외압 논란 등 각종 악재 속에 대패했다.
이 선거로 국회의원 전체 300석 중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어렵사리 개헌 저지선을 지켜내는 데 그쳤다.
총선 후 첫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23%, 부정은 68%였다.
이에 각계에선 윤 대통령이 임기 하반기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하려면 불통의 이미지를 털고,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고집 센 대통령은 거부권이 무력화될 위기 속에서도 야당의 공세에 ‘통’이 아닌 ‘불통’으로 대응했고, 최근 들어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도 반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건희 여사 논란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만났지만, 공개된 사진 안의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못마땅한 듯이 바라봤다.
이때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20%, 부정은 72%였다.
몇 대목을 상기해본다. 지난해 8·15 광복절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광복절과는 무관한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는 발언으로 국민을 당황케 했다.
올해 8·15 광복절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며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 체계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광복절 축사가 예고였던 것처럼, 3일 밤, 윤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오로지 국민만 믿고 신명을 받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만 믿겠다고 했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발표에 경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주간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16%, 부정평가는 75%로 떨어졌다. 6∼7일 이틀 조사로 좁히면, 긍정평가는 11%까지 떨어졌고, 부정은 86%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6개월이 흐르는 동안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국민 설득에도 실패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있던 지난 토요일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으로도 10만명이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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