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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의 짧지만 묵직한 수상 소감 “정치인도 아닌데 목소리 왜 내요”라던 가수 임영웅과 대비돼 더욱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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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14 07:00:00 수정 : 2024-12-13 23: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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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꺼린다. 워낙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진보와 보수 혹은 좌와 우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소신 발언을 하는 것은 곧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터쳐블’급의 슈퍼스타가 아니라면 생계가 위협될 수도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지명타자 부문에서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형우는 40세 11개월 27일의 나이로 황금장갑을 거머쥐며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가 2022년에 세웠던 최고령 수상기록(40세 5개월 18일)을 2년 만에 깼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아직까지는 대통령이니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쓰겠다)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명백한 잘못이자 헌정질서 파괴 및 유린이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굳이 이분법으로 나누자면 선과 악 중 악에 해당한다. 이러한 군 통수권자이자 국가 원수의 명백하고도 천인공노할 짓에도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은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안 SOL뱅크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은 KIA 최형우의 현 시국에 대해 남긴 짧지만, 묵직한 수상 소감은 박수를 보낼 만 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다운 소신이었다.

 

올 시즌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KIA의 통산 12번째이자 2017년 이후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형우는 2024 골든글러브에서 137표(득표율 47.6%)를 얻어 강백호(91표·kt), 김재환(60표·두산 베어스)을 여유 있게 제치고 수상자가 됐다. 40세 11개월 27일의 나이로 황금장갑을 거머쥔 최형우는 이대호(전 롯데)가 2022년에 세웠던 최고령 수상기록(40세 5개월 18일)을 2년 만에 깼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자 이범호 감독이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지명타자 부문에서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형우는 40세 11개월 27일의 나이로 황금장갑을 거머쥐며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가 2022년에 세웠던 최고령 수상기록(40세 5개월 18일)을 2년 만에 깼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후 소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무대에 오른 최형우는 “나이가 많은데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동료들과 팬들의 도움으로 완벽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가 매우 힘들다”며 "프로야구 팬들은 경기를 볼 때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의미 있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형우가 직접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소신을 밝히는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장면이었다. 최형우의 이런 모습은 최근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며 비상계엄에 선을 긋는 발언을 남긴 트로트 가수 임영웅과는 철저히 대비되는 모습이기에 더욱 스포츠 선수들 전체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7일 가수 임영웅이 올린 게시물(왼쪽)과 네티즌과 주고받은 다이렉트메시지(DM).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임영웅은 최근 SNS에 반려견의 생일 축하 게시물을 올리자 한 네티즌이 “이 시국에 뭐 하냐”라고 DM을 보냈고, 이에 임영웅은 “뭐요”라고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해당 네티즌은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 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다”며 “앞서 계엄령 겪은 나이대 분들이 당신 주 소비층 아니냐”고 반박하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했다.

 

이번 비상계엄을 직접적으로 막아낸 것은 계엄군과 경찰의 방해를 뚫고 국회로 진입해 빠른 시간 안에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한 172명의 야당 의원들과 108명 중 고작 18명만 참여한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현재의 탄핵 여론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을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국회로 찾아와 의원들의 빠른 국회 진입을 도왔고, 이튿날부터 여의도 거리로 나와 윤석열의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규탄했고 탄핵 표결에 투표도 하지 않은 여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다음 총선 당선이 위태로워진, 주로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여당의원들이 탄핵 표결에 찬성의 뜻을 밝히게 한 것도 시민이었다. 시민들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자신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임영웅은 스스로가 ‘시민’이 아닌 ‘신민’(臣民)임을 자처하는 것이자 정치는 정치인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굉장히 낡은 생각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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