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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동 금지서약 거부”…‘이승환 콘서트 취소’ 정당한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슈팀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4-12-24 23:00:00 수정 : 2024-12-25 06: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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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시민안전·서약거부 등 내세워 대관 취소
이승환 “공연 임박 부당한 요구” 법적 대응 예고
대관 계약 내용에 ‘서약서 작성’ 포함 여부 등 관건

경북 구미시가 이달 25일 예정된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한 것을 두고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시가 내세운 이유는 ‘관객과 시민의 안전 우려’와 ‘정치적 선동을 금지한 서약서 서명 거부’다. 이것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유사 사례에 대한 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봤다.

경북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을 취소하자 24일 대관 취소를 지지하는 100여개의 격려 화환이 구미시청에 배달돼 정문앞에 늘어서 있다. 아래쪽 사진은 수원에서 온 한 50대 여성이 24일 구미시청사 앞에서 공연 이틀전 일방 취소 구미시청이 직접 배상해 달라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스1

먼저 안전 우려가 타당한 것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2017년 10월 서울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한 성소수자 단체의 체육행사에 대관을 허가했다가 천장 공사 등의 명목으로 취소를 통보했다. 당시 구와 공단 측은 행사 주최 측의 반발에 대관 허가 취소가 공사로 인해 부득이했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체 측이 2020년 구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관 취소를 검토한 시점이 구와 공단에 항의 민원이 제기된 이후이고, 단체 측이 공사 일정과 상관없는 다른 날로 대관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구와 공단의 대관 취소 이유가 안전 우려가 아닌 주최 측과 행사 참여자의 성적 지향 때문이라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구와 공단의 대관 취소를 두고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손해가 없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여기서 나아가 손해배상까지 명령했다. 구와 공단이 불복해 제기한 3심에서 대법원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2022년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 공단은 이 사건 체육대회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대관 허가를 취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법인이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서약서 작성 요구와 관련해선 대관 계약 내용을 봐야 한다. 한국방송공사(KBS)는 2015년 12월 미국 션윈예술단 공연으로 KBS홀 대관 계약을 맺었지만 이듬해 1월 대관 계약을 취소했다. 이 예술단은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한 종교단체 산하 단체인데, 이들 공연이 정치적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사의 품위를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KBS 대관지침에는 ‘특정종교의 포교 또는 정치적·상업적인 목적으로 문화예술성이 배제된 공연 및 행사’의 경우 대관 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경북 구미시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이승환 측에 보낸 서약서.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예술단이 2016년 KBS를 상대로 제기한 공연장사용방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관지침이 대관 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승인된 대관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대관계약서를 보면 종교단체 산하 단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어, 예술단이 해당 공연이 종교와 관련된 것임을 알리지 않았거나 고의로 숨겼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관지침 내용에 대해 필수적으로 동의하도록 하는 취지의 표시가 없었던 점, 대관신청시점과 대관계약체결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었던 점, 대관계약 체결당시에는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은 별도의 대관계약서가 마련되어 있었던 점”을 들어 “대관계약 체결 당시 대관지침의 명시 설명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역시 시가 주장하는 ‘안전 우려가 실재하는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한다거나 서약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계약에 포함돼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 대관 취소 이유를 밝혔다. 김 시장은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며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승환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승환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한 입장문에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며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특정 시간까지 ‘서약서 작성’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했다. 이어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며 “법적·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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