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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탓 내수 부진 장기화, 긴축 예산 부작용도 우려… 커지는 추경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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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08 14:47:43 수정 : 2025-01-08 1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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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정국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예산이 673조여원 수준으로 위축된 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수 등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추경 필요성은 지난달 예산 확정 시점부터 대두됐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이 추경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재정 당국 역시 1분기 상황을 보고 대응 방안에 살펴보겠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추경 편성 여부와 일정에 혼선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가 펼쳤던 각종 감세와 지출 축소가 내수 부진을 장기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추경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수 개선의 불안요인으로 ‘건설경기 회복’과 ‘국내 정치상황에 따른 가계·기업심리 영향’으로 거론됐다. 실제 계엄사태의 후유증은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신한카드 실적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속보치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 12월 셋째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 12월 셋째주의 증가폭이 5.7%, 2012년 12월 셋째주에는 5.8%였던 점을 감안하면 연말 효과가 ‘반토막’ 난 것이다. 지난 12월 셋째주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이후지만 꽁꽁 얼었던 소비심리는 계속됐던 셈이다. 온라인지출 결제금액 역시 12월 둘째주와 셋째주 각각 2.4%, 1.1% 줄며 감소세를 지속했다.

 

업종별로 보면 12월 셋째주 신용카드 실적은 교육 서비스에서 14% 줄었고, 숙박 서비스에서 8.3% 감소했다. 또 오락 스포츠 및 문화(-5.9%), 의류 및 신발(-6.2%)에서도 카드실적은 부진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향후 소비심리 개선세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면서 “상품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한 건 2023년 1월호 이후 2년 만이다.

 

올해 예산의 총지출 규모가 673조3000억원 수준으로 위축된 것도 경기에는 악재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총지출 규모는 지난해 본예산(656조6000억원)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5.1%)은 물론 역대급 세수 결손 탓에 긴축적으로 편성됐던 지난해 총지출 증가율(2.8%)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런 긴축 예산 속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대대적인 소비 진작책보다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감세 조치, 재정의 상반기 조기 집행 방안이 실렸다. 정부는 18조원의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67%(12조원)는 대출인 ‘정책금융’에 치중됐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내란 사태는 연말 특수만을 간절히 기다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면서 “자영업자들의 부채 잔액이 1064조원이고 그 가운데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이 연체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역대 최고다.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예산 제약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긴급복지 제도 예산은 올해 3501억900만원으로 지난해 본예산(3584억94000만원)보다 2.3% 삭감됐다. 국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498억9100만원이 증액됐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 예산 심의 중 증액 절차가 생략되면서 증액분이 반영되지 못했다. 긴급복지 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 사유로 생계유지 등이 곤란한 저소득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해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빈곤계층으로의 유입을 방지하는 사업으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와 여당은 추경에 선을 긋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분기 중 경제여건을 재점검한 뒤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지역화폐 예산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의 추경 추진 방침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불확실성 시대, 한국경제 위기 진단과 대안’ 간담회에서 “내수 경제는 매우 심각한 침체국면에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 등 민생경제는 코로나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 복잡한 정국 속에서도 추경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통령 탄핵 소추, 내란 수괴와 공범들에 대한 구속과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민생경제 위기는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2025년 추경 예산안 규모 및 내용 제안’ 보고서에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감액 및 증액을 통해 정부안이 확정되는 것이 국회 예산 심의의 원칙인데, 올해는 정부안에서 감액만 됐고 증액 절차는 거치지 못했다”면서 “이에 실질적 본예산을 완성하고 확정하고자 조속한 추경이 필요하다. 2025년 제1회 추경은 사실상 본예산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조기 추경 편성을 통해 2025년 정부지출을 확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4조1000억원이 감액됐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부결돼 세수가 1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추경에서 정부지출을 5조8000억원 늘려도 재정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애초 정부안에서 예측한 경제 전망보다 2025년 경제전망이 더욱 악화된 것을 감안해 재정 규모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더욱 확장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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