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분담금 등 지렛대 쓸 듯
“한·미무역 기울어진 운동장 인식
퍼주기보다 전략적 협력 필요”
일각선 “한국도 美에 줄 건 주고
원자력협정 조기개정 등 얻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는 한국이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노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관련해 한국을 저격한 것의 숨겨진 목적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근거를 들지 않았다. 이조차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미 간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026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해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미 대선을 염두에 둔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양국은 협상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합의했지만, 재협상 가능성이 계속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의회 연설에서 관세를 거론한 것은 이를 빌미로 주한미군 주둔비용 등에서 미국에 유리한 거래를 시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1차 관세 전쟁 이후 한국 차례도 다가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흐름은 아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에서 두드러진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 외교’ 스타일을 볼 때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자국의 손해 보는 동맹’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은 이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하며 퍼주는 협상을 하기보다 오히려 ‘한·미 동맹 2.0’으로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아쉬워하는 군함 정비 등 분야와 관련 투자 측면에서 기여할 부분을 확실히 보여주며 협상을 불리하지 않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점을 팩트와 수치로 보여주고, 미국 사회 전반에 공유되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한국에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해 받아내는 방안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대신 핵, 해군력, 방산 등 분야에서 한 단계 높은 전략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일본 정도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의 조기 개정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합의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늘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개연성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미·중 해군력 전이를 막기 위해 미국은 군함 건조·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희망하고, 한국도 북한 핵잠수함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기술적 지원과 운영 경험 전수가 필요하다”며 한·미 간 추가 협력 여지를 키워야 함을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리 안보의 취약 부분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반대 급부를 요구해야 한다”며 “전략자산 전개 정례화를 비롯한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또는 중단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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