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각기 다른 이유로 교수대에 오른 세 교도관처럼 사형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우발적 살인에 대한 형벌로 사형수가 된 뒤 지난 20년을 불안과 참회로 보내온 ‘2367번’(김재건)이 있는가 하면, 죽는 순간까지 “이제 난 못 죽이지만 니들은 계속 더 죽이겠지?”라며 섬뜩하게 웃는 연쇄살인범 장용두(조성하)가 있다. 또 “너 같은 거 죽일 수만 있다면 몇 번이라도 죽이고 싶어. 하지만 너하고 똑같은 짓 하는 건 죽기보다 싫어”라는 피해자 가족(전미선)의 오열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직업 때문에 사람을 죽여야 하는 교도관들의 애환과 고통에 주목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던 사형수의 목숨을 제 손으로 직접 끊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두려운 김 교위와 그의 아픔을 위로하기엔 사형집행관으로서 지난날의 상처가 너무 깊은 옛 동료, 사형집행수당 7만원으로 소주잔을 기울며 “결국 우린 망나니였네”라고 탄식하는 교도관들, “쓰레기 죽였는데 왜들 지랄이냐고요?”라는 재경의 악다구니가 가슴 먹먹하게 와 닿는다.
사형 집행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후반 장면은 충격적이고, 장용두의 연쇄살인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사형 집행을 전격 결정하는 관계 당국의 모습은 사형제도에 깔린 정치적 함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치밀하다. 하지만 종호가 사형 집행 이후 환청과 환시에 시달린다는 설정은 다소 생뚱맞고, 재경 여자친구(차수연)의 낙태를 사형과 연결짓는 것은 작위적이다. 처벌의 목표와 악의 불변성, 생명의 우선순위, 국가권력의 권한 등 사형제에 얽힌 숱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집행자’는 적절한 수준의 대중성까지 갖춘 괜찮은 영화지만 지나치게 많은 시선이 등장하는 탓에 정작 이야기의 힘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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