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커플 여섯 빛깔 이야기… 아픔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는 사랑의 힘 증명
두 편의 외국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21일 개봉한다.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마냥 달콤하거나 설레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은 설레면서도 지겹고, 달콤하면서도 쓰다는 사실을 경쾌하게 증명하는 영화들이다. 간혹 심장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대는 이 정체 모를 감정에 크게 데였다가도 나중에 또 기꺼이 그 고통을 감수하는 게 사랑이라고 웅변한다.
![]() |
◇‘500일의 썸머’ |
떠나간 연인을 운명이라고 착각했던 순박했던 시절과 여전히 운명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황당하기만한 오늘을 에둘러 예찬하는 아름다운 동화이기도 하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카피라이터 톰(조셉 고든 레빗)은 새로 입사한 썸머(주이 데샤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복사기 앞에서 키스도 하고, 손잡고 쇼핑도 하고, 샤워하면서 섹스도 하지만 썸머는 둘의 관계가 결코 연인사이가 아니라 친구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자신은 분명 썸머와 ‘연애질’을 했기에 황당할 뿐인 톰. 그냥 편한 친구이고 싶다면서도 함께 영화보러 가자고 떼쓰다가도 남이 보란 듯이 자신의 사랑관을 설파하는 썸머 때문에 톰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 |
◇‘500일의 썸머’ |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달뜸과 희열, 불안, 분노, 복수심 등 남녀가 만남부터 헤어질 때까지 갖는 오만 가지 감정을 정신 없이 펼쳐놓는 이 영화는 화면 형식에 있어서도 미묘하고도 복잡한 남녀 관계를 담는 데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마크 웹 감독은 화면을 반으로 쪼개 톰의 기대와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가 하면 뮤지컬과 인터뷰, 만화 형식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영화는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 운명과 우연, 친구와 애인, 연애와 결혼, 사랑의 유효기간 등 남녀 관계를 둘러싼 온갖 질문을 유쾌하게 제시하며 관객 각자의 결론을 유도한다. 물론 그 응답자는 아직까지 사랑을 시작하기 두려운 사람, 아직까지 자신이 헤어지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 아직까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지 못한 사람 모두 해당된다.
![]() |
◇‘애프터 러브’ |
영화에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각기 다른 이별과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의 젊은 남녀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설을 증명한다. 파리에서 함께 살던 연인은 여자친구가 비행기를 타도 만 하루가 꼬박 걸리는 뉴질랜드로 발령이 나면서 서로에 대한 의심을 쌓아간다. 중년의 치과의사는 여자친구의 헤어진 남자친구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 형사인 전 남친은 직업을 십분 활용해 그에게 “여자친구와 헤어져라”는 협박은 물론 폭행, 미행까지 서슴지 않는다.
![]() |
◇‘애프터 러브’ |
바람둥이 심리학 교수는 이혼한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일상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두 딸과 지내게 되면서 한 다스 정도의 여자친구들은 하나 둘씩 그를 떠나고 첫째 딸은 자신의 방 침대로 남자친구를 끌어들이기까지 한다. 신앙심이 깊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로렌죠 신부. 하지만 자신의 첫사랑이 약혼자와 함께 결혼미사 주례를 부탁하러 오면서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지난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사랑의 달콤함·설레임보다 지겨움·공허함을 더 자주 거론하는 ‘애프터 러브’는 역설적으로 아픔과 이별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사랑의 힘을 증명한다. 사랑보다는 정(情) 또는 그리움으로 명명할 수도 있을 여섯 빛깔 러브스토리로 지난해 이탈리아 박스오피스는 두 달간이나 들썩였다고 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