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함께 대표적인 인권탄압국이었던 미얀마의 개방 속도가 거세다. 안팎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줄탁동기의 형국이다. 미얀마는 연이은 개혁 조치로 세계에 걸어뒀던 빗장을 풀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단계적으로 제재를 풀며 호응하고 있다.
◆마지막 엘도라도를 향한 각축전
테인 세인 대통령의 방한 이후 미얀마는 어느새 한국의 관심 국가로 들어온 상태다. 우리만이 아니다. 미얀마의 개방 속도보다도 빨리 각국이 달려들고 있다. 그동안 미얀마에서는 중국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우선 중국은 지리적으로 미얀마와 이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얀마에서는 인도의 영향력이 컸지만 지난 20년 동안은 중국이 절대적이었다. 중국은 미얀마가 인권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왕따’ 수준의 대우를 받을 때마다 이를 막아줬다. 그 정치적 후원의 대가로 중국은 천연가스와 목재, 고무 등 자원 개발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미얀마 민주화 속도만큼이나 빠르고 강하게 탈중국화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얀마 모니와 지역에서 벌어진 구리광산 개발 반대 시위와 밋손 댐 건설 공사 중단은 중국의 자원 약탈을 거부하는 반발 심리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미얀마의 고민은 일본 등 대체국가 찾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12일(현지시간) 미얀마 관련 심층기사는 이런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있다.
NYT는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등 많은 나라가 경쟁적으로 미얀마와의 협력관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면서 일본만큼 광범위하게 접근하는 나라는 없다고 분석했다.
양곤 주재 일본대사관의 마루야마 이치로 공사는 “도와 달라는 미얀마 당국의 손짓이 계속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양곤의 재개발 사업은 물론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위성도시 건설까지 일본이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세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일본의 투자가 줄을 이은 셈이다.
그가 각기 9월과 10월 방문한 미국과 한국에서도 투자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미얀마 껴안기에 힘을 아끼지 않았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회원국들이나 제재 해제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연합(EU)의 개별국가들도 비슷한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개방·개혁의 빛과 그림자
미얀마 정부는 세계에 손을 내밀며 ‘중국의 경제적 속국’이라는 이미지를 탈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구의 경제 제재로 중국에 예속된 미얀마 경제가 일련의 개방 정책에 따른 일본과 한국 등의 유입으로 균형추를 맞출 수 있다. 미얀마 정부로서는 정치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2013년 예정된 동남아시안게임과 세계경제포럼(WEF)의 순조로운 개최 가능성이 커지며,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 2013년에는 그간 거부된 아세안 의장국으로도 이름을 올려놓을 심산이다.
투자 행렬과 함께 이어지는 관광객 증가도 미얀마로서는 호재다. 이런 전망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미얀마가 달성할 성과에 잔뜩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중국에 투자하며 명성을 높였던 짐 로저스는 “미얀마는 33∼34년 전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개방정책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모든 자금을 미얀마에 걸겠다”고 주장한 상태다.
외국에 개방한다는 선언에 비해서는 미얀마 내부의 법률 보완작업이 더뎌서 한동안 혼란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령 외국인 투자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 등을 소유하려는 외국인은 미얀마인의 이름으로 등기를 해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불법이 횡행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가령 일부 투자가들이 미얀마인의 호적을 싸게 사들여 국적 세탁을 해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개방으로 내부적으로 옥죄었던 불만이 표출되고, 주변 강국인 인도와 중국의 경쟁은 물론 경제 강국의 자산 침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AFP는 최근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등의 미얀마 공략으로 전통적인 미얀마의 소상업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얀마는 무엇보다 능력에 비해 개발이 안 된 나라다. 인구 6000만명에 값싸고 15∼24세 젊은 노동인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 거기에다가 문맹률도 3% 수준으로 낮다. 5000만명이 넘는 시장 가운데 마지막 시장이 열리는 나라로 성장잠재력이 넘치는 나라로 꼽힌다.
자체 시장도 거대하지만 더 주목되는 점은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를 이웃에서 경험한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과 인도는 모두 인구 10억을 훌쩍 넘기는 나라들로 차후 개방·개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배후 국가들로 평가된다. 향후 진행상황과 여건에 따라서는 미얀마가 족히 30억 인구의 거점 시장으로 성장을 도모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다른 장점은 미얀마에는 천연가스·원유·티크·보석 등 고부가가치 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다는 점이다. 자원의 보고로 불릴 정도의 입지조건에 우리 정부가 6대 전략 광물로 분류한 유연탄·우라늄·구리·철·니켈·아연도 많다.
박종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