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지음/돌베개/2만2000원 |
‘조국의 하늘을 날다’는 백범 김구의 둘째 아들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의 회고록이다. 그가 태어난 1922년부터 ‘백범일지’ 중국어판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1994년까지의 일을 담고 있다. 백범과 함께했던 김신의 삶 역시 격동의 한반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에게는 유능한 공군 조종사로서 6대 공참총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도 있었지만, 백범의 아들로 목숨을 걸고 살아야 했던 고단한 생활도 적지 않았다.
‘이승만 암살미수 사건의 진상’에 대한 김신의 증언은 인상적이다. 백범 암살 직후의 뒤숭숭한 시기였다. 어느 날 김신에게 한 청년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저는 김일성 장군이 밀파해 내려왔습니다. 이승만을 암살하러 왔습니다. 3, 4일 후에 다시 찾아올 테니 약간의 돈과 권총 한 자루를 마련해 주십시오.” 김신은 다음날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에게 이를 보고했고,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 대목에서 아마 김일성은 김신이 이승만 정권에 복수심을 품었을 것으로 지레 짐작해 공작원을 밀파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김신은 중국 공군에서 정식 훈련을 받은 첫 한국인 조종사였다. 6·25전쟁 때는 미 공군도 펼 수 없었던 작전을 여러번 성공시켜 공을 세웠다.
이 가운데 소련의 신예 미그기 탈취 계획도 있다. ‘검은 고양이를 훔쳐라’는 암호의 작전이었다. 김신의 증언이다. “시골 창고 속에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그걸 가져와 달라는 것입니다. 미군 장교가 ‘아주 간단한 작전’이라고 말한 작전은 이랬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잠수함을 타고 요동반도로 들어가 중국 사람으로 위장해 소련 기지에 잠입해 미그-15기를 몰고 김포비행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결국 휴전 협정 직후 이 작전은 중단되었는데, 휴전이 조금만 늦어졌어도 미그기 탈취 작전은 실행에 옮겨졌을 것이다.
김신 전 교통부 장관 |
1960년대 중반 북한의 핵 개발 정보를 입수한 얘기도 털어놨다. 김신은 책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다는데, 알고 있습니까?’라고 정보 책임자에게 전했으나 이 책임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북한으로 핵 관련 장비들이 들어가고 있다는 정보를 즉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정보당국과 관계자들은 북한 핵 개발 정보를 대단치 않게 여겼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김신은 분개했다. 중국어가 유창한 김신은 장제스와의 눈물겨운 만남, 한·중 수교의 비선 조직에 개입해 큰일을 치러낸 일도 책에 풀어놓았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