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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통합 앞둔 하나은행, 연휴반납 테스트 또 테스트

입력 : 2016-06-03 19:19:28 수정 : 2016-06-03 19: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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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나카드 사고' 악몽 되풀이될까 막판까지 총력 점검

IT부서는 야전침대 갖다놓고 밤샘 일쑤…7일밤까진 초긴장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 출범식.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1일 통합 이후 즉시 전산통합 작업을 개시, 오는 7일 통합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사흘 연휴를 앞둔 3일, 여느 직장인이라면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겠지만 7일로 예정된 전산통합을 코앞에 둔 KEB하나은행 직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상당수 직원들이 연휴에도 출근해 전산통합을 앞둔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일반 직원들은 매일 업무 전후로 실거래 테스트를 하거나 타 지점에 파견 나가 실무연습을 하는 등 전산통합에 대비하고 있으며, IT본부 직원들은 밤샘작업이 일쑤다. 심각한 과로에 시달리고 있지만  “전산통합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은행 업무가 대부분 전산으로 처리되는 만큼 전산통합은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 전 직원들은 수개월째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하나은행 직원 A씨는 “매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해 8시까지 전산 실거래 테스트를 한다”며 “은행업무 마감 후에 다시 데이터 클렌징과 실거래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감 후의 테스트만으로도 보통 2시간 이상 걸려 오후 9시 전에는 퇴근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위에서는 전산통합 이전까지만 참으라고 하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나은행 직원 B씨는 “테스트를 할 때마다 오류가 나는 부분은 수작업으로 맞추고 있다”며 “단순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꽤나 지친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오류율이 점차 감소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적인 테스트 외에도 하나은행 직원들은 타 점포를 방문해 업무를 배워야 한다. 하나은행의 새로운 전산시스템이 수신과 여신 등은 구 하나은행 시스템을, 외환과 수출입 등은 구 외환은행 시스템을 가져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 하나은행 직원들은 구 외환은행 점포를 방문해 외환과 수출입 관련 전산업무를, 구 외환은행 직원들은 구 하나은행 점포를 찾아 수신 관련 전산업무를 배우고 있다.

서울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하나은행 IT본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밤샘작업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본점 인력 1200여명, 외주인력 800여명 등 총 2000여명의 직원들은 “야근은 기본이고, 밤샘도 흔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접이식 침대, 컵라면, 삶은 계란까지 구비해놨을 정도다. IT본부 직원 C씨는 “지난 9개월 동안 정시에 퇴근한 적이 없다. 요새는 아예 밤샘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일부터 연휴지만, 우리에게 연휴는 이미 사치스러운 단어가 됐다”며 “4~6일 전 IT본부 직원이 출근, 아마도 밤을 새워가며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6일은 IT본부뿐 아니라 전 지점이 동원 대상이다. 하나은행 직원 D씨는 “6일에는 지점별로 지점장을 비롯해 출납 담당 직원, 중요 증서 담당 직원 등 최소 3명 이상씩 출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테스트를 통해 현금 출납, 수표, 어음 등이 오류 없이 잘 처리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 전산시스템이 완벽하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려면, 7일 밤 12시가 돼야 한다”며 “그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이 이토록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전산통합이 실질적인 은행통합'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하나카드의 '악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으로 탄생한 하나카드는 지난해 7월 20일 전산통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직후 체크카드 결제계좌에서 인출은 됐지만 가맹점 승인이 거절된 사고, 신용카드 결제를 체크카드 결제로 인식해 고객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한 사고, 고객 계좌에서 중복으로 선 결제된 사고 등 전산사고가 대거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기준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하나카드 고객의 체크카드 결제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지만 승인이 거절된 피해 사례가 2만732건이나 발생했다. 피해 액수는 8억1300만원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신용카드 결제를 체크카드 결제로 인식해 이용자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한 피해 사례가 6530건, 피해 액수는 3억6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산사고는 8월에도 그치지 않아 8월 4일까지 철도청에서 하이브리드 카드로 결제한 고객들이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그룹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카드사보다 훨씬 거래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2003년 무정전 전원장치(UPS)의 기능장애로 전체 전산시스템이 여러 차례 다운돼 수백만명의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당시 우리은행의 전산을 담당했던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표삼수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할 만큼 큰 사고였다.

이번 하나은행 전산통합에서는 결코 그런 일이 발행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사적인 각오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만들라”며 거듭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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