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은 따뜻하다. 꽃샘추위가 오더라도 남쪽은 봄 세상이다. 바람이 그리 차지 않다. 그렇다고 바다에 들어가 즐길 날씨는 아니다. 이럴 땐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드라이브가 어울린다. 풍광 좋은 곳에선 차를 세워 바다 풍경을 즐기고, 창문을 내려 바닷바람을 느끼는 여행이 제격이다.
거금도는 바다를 따라 이어진 48㎞의 해안도로를 달릴 수 있는 섬이다. 고흥의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조선시대의 말을 키우던 목장이 있던 곳이다. 큰 금맥이 있어 ‘거금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흥에서 거금도를 가려면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고흥과 소록도를 연결한 소록대교를 지난 후 다시 거금대교를 거쳐야 거금도에 이른다. 모두 27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이다.
고흥 거금도에 들어서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다목장이다. 푸른 바다에 군데군데 사각형 띠가 둘러쳐 있는데, 주위보다 검다. 다시마와 미역 등을 키우는 곳이다. |
거금도에 들어서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다목장이다. 푸른 바다에 군데군데 사각형 띠가 둘러쳐 있는데, 주위보다 검다. 다시마와 미역 등을 키우는 곳이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농사를 짓고 있다. 목장 주변 곳곳에는 다양한 색깔의 무동력 사각형 배가 둥둥 떠있다. 목장에서 기른 다시마와 미역 등을 싣는 운반선이다.
거금도 오천해변은 둥근 갯돌들이 모여 있는 몽돌 해변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 돌들을 ‘공룡알’이라 부르는데 몽돌보다 공룡알이란 말이 더 와닿는다. |
몽돌해변에서 5분가량 가면 오천항이 나온다. 항구 앞엔 27번 국도 시점이란 큰 표지석이 서있다. 섬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안고 있는 곳이다. 어촌마을과 포구, 바다 건너 섬이 있고 그 사이 바다 목장의 구역을 나누는 흰 부표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이어져 있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서 마을 아낙네들이 꼬막과 조개 등을 캐는 모습이 그림 같은 포구 풍경을 그린다.
거금도 오천항은 섬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안고 있는 곳이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서 마을 아낙네들이 꼬막과 조개 등을 줍는 모습이 그림 같은 포구 풍경을 그린다. |
차로 섬을 둘러보기보다 한가로이 걸으며 섬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연홍도가 있다. 지척에 있는 곳으로 5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정원 10여명의 작은 통통배가 거금도와 연홍도를 연결한다. 뱃삯은 3000원(소인 1500원)이다.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를 바라보면 햇볕이 반사돼 한껏 반짝이는 파랑, 빨강 지붕 뒤편으로 우뚝 솟은 절벽이 보인다. 연홍도 건너편에 있는 금당도의 금당적벽이 연홍도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
연홍도 선착장에는 흰 소라 모형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철제 구조물로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있다. 50가구가 사는 작은 섬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 연홍도는 ‘미술섬’이란 별칭이 있다.
연홍도에 설치된 미술 작품. |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낮은 구릉을 넘으면 섬 반대편이 나온다. 그곳에 이 섬 출신인 김정만(작고) 화백이 폐교를 수리해 꾸민 연홍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엔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고, 미술관 앞마당에 돌과 나무로 아기자기하게 만든 물고기, 생선구이 모형이 여행객의 눈길을 끈다. 미술관 앞바다엔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금당적벽을 배경으로 설치돼 있다.
연홍도를 돌아다니면 소가 쟁기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엔 흔한 풍경이었지만, 기술이 발달한 요즘엔 보기 힘든 풍경이다. 농기계가 아닌 소를 몰아 밭고랑을 내기 위해 쟁기질하는 모습이 한적한 시골에 왔다는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
전남 고흥에선 신선한 제철 수산물 등을 맛볼 수 있다. |
바다에 와서 풍경만 보고 돌아가긴 아쉽다. 더구나 남도다. 지금 고흥에서 피굴이 제철이다. 굴을 껍데기째 삶은 후 삶은 굴에서 속을 골라낸다. 굴을 삶은 국물에 골라낸 굴을 넣은 뒤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 음식이다. 고흥에선 굴을 ‘꿀’이라 부르는데, 꿀 같은 굴 맛을 느낄 수 있다.
낙지팥죽과 피굴. |
고흥=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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