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자면 성찰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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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화해와 상상력의 모델을 씻김굿으로 형상화해 보여주고 있는 박찬경 작가. 그는 “역사의 안녕을 보장해 주는 것은 역사와 세계에 대한 외경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영상작업 ‘시민의 숲’ |
산수풍경 속에 인물들이 곳곳에서 영가처럼 등장한다. 그중엔 일제강점기 고깔모자를 쓴 피의자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일제에 항거하다 처형된 선조들의 모습일 것이다. 종소리와 진도상여소리 등이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장엄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영가를 천도하는 제주할망소리는 팽목항을 떠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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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두 오브제 작품. |
“우리는 근대화라는 명분 속에 많은 것들을 소수자로 내몰아 배척했습니다. 전통이 그랬고, 민초들이 그랬습니다. 무속의 정신적 자산도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는 무속의 꽃인 굿에서 ‘역사 화해’의 모델을 본다. 굿의 정신이 가장 잘 나타나는 지점을 ‘뒷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3박4일 굿판의 마지막은 파경으로 장식하게 됩니다. 그간 굿에 등장하지 않았던 잡귀까지 불러 먹여 보내야 굿판이 끝나게 됩니다. 바로 민중의 연대감, 연민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어느 사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민중관보다 훌륭합니다.”

“명두에는 도시적 삶으로 하늘 볼 일이 없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우주의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민담, 설화, 무속에는 풍부한 우주적 상상과 이미지들이 존재하지요. 세계에 대한 외경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그는 역사에 대한 외경심이야말로 미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름답게 만든 명도 오브제작업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7월 2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영상작품과 오브제작업을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여러 측면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다양한 작품으로 국내외적 주목을 받는 박찬경은 친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함께 영화작업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형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0일부터 열리고 있는 ‘하이라이트’ 전에 ‘파킹찬스’라는 이름으로 3D 영상 작품을 출품했다.
박찬경 작가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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