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 “동쪽으로 VS 서쪽으로”…북한과 미국의 미사일 대결
북한은 올해 들어 화성-12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북극성-2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스커드-ER 단거리 탄도미사일,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 등을 계속 쏘아올리고 있다.
북한은 또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수차례 시험발사됐으나 실패를 거듭해 기술적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사거리 3000㎞)을 대신해 비행거리 등 주요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화성-12(5000㎞)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일본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의 핵심 거점인 괌과 미국 알래스카 서부 일부 지역을 타격할 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정확도를 높여 오차를 7m 범위까지 좁힌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 시험발사도 성공했다. 사거리가 1000㎞ 정도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해상에서 작전을 펼치는 미국 핵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대함탄도미사일(ASBM)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의 발사 장면 사진.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가 2017년 2월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지속되자 미국도 ICBM 요격 시험으로 맞섰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ICBM 공격을 가정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GBI는 반덴버그 기지에 4기,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 공군기지에 32기가 배치돼 있다. 미국이 ICBM 요격 시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지상발사요격미사일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5월 31일 오전 4시30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요격미사일은 태평양 마셜군도에서 날아오른 가상 ICBM을 격추했다.
북한이 지난달 14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직후의 화성-12의 모습. 연합뉴스 |
◆북한 “내 실력을 못 믿어? 그럼 믿게 해줄게”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일반적인 상식을 완전히 깰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미사일 시험발사과정에서 공중폭발 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대 사거리가 5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까지 성공한 것은 서방세계는 물론 중국, 러시아의 미사일 개발 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이같은 패턴은 2011년 김정은 체제가 집권한 이후 장성택 숙청 등을 통해 권력 기반이 안정된 2015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015년 8차례, 2016년 18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시험 발사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전에는 노동미사일이 가장 멀리 발사된 미사일이었지만 이때부터는 중거리 미사일도 거침없이 쏘아올렸다. 때문에 사거리 10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
미국도 북한을 불신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북한의 행동을 신뢰했다면 핵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올해에만 두 차례나 한반도 해역에 투입되고 B-1B 전략폭격기가 지속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불신은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면서 탄두에 카메라를 장착해 지구의 모습을 찍어 공개하고, 측정장비가 송출한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당장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도 미국은 여전히 시큰둥한 태도다. 북한 미사일 위협을 임박한 위협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윌리엄 마크스 미 국방정보국(DIA) 대변인은 지난달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에 쓰이는 핵분열 물질 보유량을 늘리고 있지만, 미 본토에 닿을 수 있는 이동식 ICBM 같은 무기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특정 단거리 미사일에서 중대한 발전들을 이뤄냈지만, 더 긴 사정거리를 가진 미사일 개발에는 극복해야 할 중요한 결함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선택한 전략은 당근과 채찍이다. 액체연료 엔진 탑재 미사일 개발팀과 고체연료 엔진 탑재 미사일 개발팀을 각각 운영하는 경쟁 체제를 통해 기술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에게 새로 지은 여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의 집을 제공하는 등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미사일 개발에서 성과를 낸 과학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김정은과 기념사진을 찍고 연회를 베풀어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이 “아직 위협은 되지 않아”라고 치부하며 북한의 기술 수준을 불신하는 동안 북한은 보유한 자원을 총동원해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의 ICBM이 날아오르는 순간이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보다 짧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본토 공격용 ICBM을 확보하고 나서 미국과 협상한다’는 북한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시기가 다가오는 지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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