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섯 번째 ICBM 보유국 되나
북한은 1980년대 스커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이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미국 본토 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지속했다. 1990년대부터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했던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은 스커드-ER(사거리 1000㎞)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북극성-2(2000㎞)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대체됐다. 괌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3000㎞)은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 시험발사에 실패했으나 지난달 화성-12 IRBM(5000㎞)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알래스카 일부 지역이 북한 미사일 위협권에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면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여섯 번째 ICBM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본토 공격 위협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번 화성-14형 발사와 관련, “정상궤도로 발사할 경우 ICBM은 최대고도 1200~1300㎞에서 25~30분간 비행해 1만㎞ 안팎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알래스카·하와이 전역과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일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화성-14형 발사에 동원된 8륜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는 중국에서 제작된 WS15200이다. 북한이 6대를 도입한 WS15200은 2012년 태양절(김일성 출생일) 100주년 열병식과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KN-08·KN-14 ICBM을 싣고 나타났다. 지난 4월 태양절 105주년 열병식에서는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채 등장했다. 화성-14형은 KN-14와는 외형적인 측면에서 전혀 다르며, KN-08과는 탄두(彈頭) 부분이 더 두껍고 뭉툭해졌다.
◆2∼3단 로켓 가능성… 사거리 1만㎞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바로 화성-12 IRBM이다. 북한은 그동안 열병식 등을 통해 ICBM을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했지만 ICBM을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신뢰성 높은 1단 대출력 엔진을 확보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화성-12의 시험발사와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짜리 대출력 로켓엔진인 3·18혁명엔진 사출시험이 성공한 직후 ICBM이 발사됐다. 이로 미뤄볼 때 북한은 3단 ICBM인 KN-08의 1단 추진체를 화성-12로 대체하고 그 위에 2단 혹은 3단 로켓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 교수는 “화성-12의 1단 연료탱크 길이를 줄이고 그 자리에 2단 로켓을 넣는다면 사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성-12의 엔진 출력은 90~100tf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거리 1만1000㎞인 러시아의 SS-11 ICBM 1단 엔진이 89tf인 점을 감안하면 화성-14형도 1만㎞ 이상 비행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탄두 중량을 줄여 비행거리를 늘리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기술을 적용한다면 미국 본토 서부지역은 물론 중부 일부도 타격 가능한 ICBM 운용능력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전능력 확보까지 산 넘어 산
북한 ICBM이 실제 작전능력을 확보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핵심이 재진입체 기술이다. 탄두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6000~7000도의 고열 등을 재진입체가 견딜 수 있어야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ICBM급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작전능력 확보를 위한 추가 발사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북극성 계열이나 스커드 미사일은 두 차례 이상 시험발사를 해 실전 배치했다. 그에 비해 ICBM 시험발사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넉넉지 않은 북한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 시험발사 직후 ICBM의 실전배치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주변국들이 ICBM 보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든 시험발사를 재개해 핵 무력을 다시금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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