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서 9년 만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부활시키고 더 막강한 권한과 기능을 부여한 것은 국가 과학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사회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과학기술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재구축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이 역동적 혁신의 플랫폼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학기술기반 혁신시스템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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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 |
그동안 R&D 투자규모가 크게 늘면서 R&D 사업을 수행하는 부처의 수도 증가하게 됐다. 현재는 11개 부처에서 13개의 연구관리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인데 기관마다 각각 다른 연구비 관리제도는 연구현장에서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전 부처의 과학기술정책을 컨트롤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는 부처별로 상이한 제도나 시스템을 통합하고 정비해 연구현장에서의 불필요한 행정부담과 비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R&D투자의 성과도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R&D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와 지금은 한 해 20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R&D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지금까지 축적되고 새롭게 개발한 R&D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성장동력과 신산업을 발굴·육성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선제적·전략적 투자와 함께 규제정비,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등의 종합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효과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도 R&D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일선 연구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성과 창출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 R&D예산의 배분 권한이 뚜렷하지 않았고 다양한 부처와 기관이 칸막이를 치고 고립된 채 R&D사업을 추진하는 체계 속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컨트롤타워의 정책조정력 역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이번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혁신시스템을 재구축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 또 국민과 일선 과학기술인들과의 소통 확대는 이 혁신을 제대로 정착시키고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동력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우일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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