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병원을 찾은) 화병 환자는 1만3263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2566명, 여성이 1만697명으로 여성 환자가 80%를 차지했다.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는 지난해 추석이 있었던 9월에 2016명으로 최고치였다. 연휴가 끝난 뒤인 10월에도 1997명이 한방병원에서 화병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방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을 찾아 기타 불안장애 등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한방병원이 아닌 병원에서는 화병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진단한다.
의료계에서는 화병을 ‘참는 게 미덕’이라는 한국 특유의 문화 등에서 비롯된 독특한 정신과 질환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의 영문명을 우리 발음대로 ‘Hwa-byung’이라고 표기할 정도로 한국인만의 독특한 질병이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 답답함과 무기력, 가슴 두근거림, 온몸이 쑤시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반복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간헐적으로 욕설이나 폭력, 심한 짜증 등을 보이기도 한다.
명절 이후 환자 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데에는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증후군’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에 걸친 귀성길에 온 가족이 모인 데 따른 정신적·육체적 피로, 편향된 가사 활동, 결혼 및 취업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명절증후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현강 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 간 갈등 및 스트레스로 우울증, 불면증, 신체 통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명절 전후로 병원을 많이 찾는다”며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음악 감상, 스트레칭, 복식 호흡 등을하는 것도 자신을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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