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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교실 곳곳에는 태극기·한글 자음… 한국 학교에 온 듯

입력 : 2017-10-15 21:12:21 수정 : 2017-10-15 22: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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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열풍 부는 태국 현장 가보니/한국어 수업 중등학교 모두 150개교/학습자만 3만명 7년새 10배나 폭증/드라마·K팝·가전 등 한류 영향 커/2018학년도부터 대입 시험과목 포함/양국 정부 함께 한국어교과서 만들어/교원 양성 등 정부 종합지원책 “따라해 보세요. 옷장‘과’ 책장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태국 방콕 싸라윗타야중·고등학교의 한국어전공반 교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쑤니싸 싸앗씨(여) 교사가 이같이 말하자마자 태국 학생 30여명이 큰소리로 또박또박 따라 읽었다. 쑤니싸 교사는 “옷장의 ‘장’에는 받침이 있어서 ‘과’를 씁니다”라며 조사 ‘과’를 강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시계‘와’ 지갑이 있습니다.” 받침이 없는 단어 뒤에 조사 ‘와’가 쓰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태국에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한류가 확산한 2000년대 이후 한국어를 배우길 희망하는 학생이 늘면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거나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중등학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태국 방콕 싸라윗타야중·고등학교의 한국어전공반 교실에서 한국어 문법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방콕=김주영 기자
이날 수업은 교사가 한국어 조사에 대해 설명한 뒤 의자와 침대, 볼펜, 시계, 열쇠 등 단어 학습과 이를 활용한 문장 만들기 게임 순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시종일관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몇몇 학생은 책에 단어를 적다가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우고 다시 쓰기도 했다. 조별로 나뉘어 문장 만들기를 할 때는 머리를 맞댄 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수업 때 태국어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교실 곳곳에는 ‘한국’이 가득했다. 칠판 양옆에는 태극기와 태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각 국기 위로 커다란 한글 자음이 2∼3개씩 장식돼 있었다. 교실 기둥에는 한국 전통 문양이 수놓여 있었다. 좌식문화를 고려한 듯 교실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차렷, 경례” 소리에 맞춰 교사에게 인사하는 것까지 한국 학교와 흡사했다.

싸라윗타야중·고교는 2011년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현재 고교 과정인 4∼6학년을 대상으로 주당 12시간 한국어를 배우는 전공반 3학급과 주당 2시간 내외를 배우는 비전공반 3학급 등 총 6학급을 운영 중이다. 학급당 학생 수는 전공반이 30명, 비전공반은 20명이다. 한국어 교원은 현지인 2명과 교육부가 파견한 한국인 1명 등 3명이다.

한국어전공반의 경우 일주일에 문법 6시간, 말하기 2시간, 문화 1시간,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수업 1시간 등 수업 10시간과 별도의 동아리 활동 시간 2시간이 주어진다. 말하기와 문화는 한국인 교사, 문법과 토픽은 현지인 교사가 가르친다. 학생들이 한국어 문법을 어려워해 태국어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다.
태국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거나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중등학교 수는 약 150개교에 달한다. 2010년 30여개교였던 것과 비교하면 7년새 5배로 는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3000여명에서 3만여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2018학년도부터는 태국 대학입학시험 과목에 한국어가 포함된다. 최근에는 한국과 태국 정부가 함께 만든 중·고교생용 한국어 교과서가 개발되기도 했다.

태국에서 이처럼 한국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까닭이 뭘까. 이 학교 쑤리랏 싸쑨턴 교감은 “한국은 한국전쟁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나라로, 특히 최근 한국 드라마와 음악, 가전제품 등이 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태국에 영향을 미친 일본문화의 빈틈을 한국문화가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학교 5학년 라다(17)양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묻자 “한글 모양이 귀엽고, 아이돌그룹 갓세븐의 노래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라다양은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같은 반 스템(17)양은 “한국사람들이 멋지고 예쁘다고 생각하다 보니 한국문화와 한국어도 좋아진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한국문화에 푹 빠졌다는 학생도 있었다.

쑤니싸 교사 역시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그룹 빅뱅의 노래를 들으며 한국어 교사의 꿈을 키웠다. 한국 교육부의 태국인 한국어 교원 양성 사업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4개월간 연수를 받기도 한 그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며 한국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으로 단기연수나 유학을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다른 한국어 교사인 쌋추껀 깨우추와이 교사는 “아직까지 한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 편”이라며 “정부 간 협력이 잘 이뤄져서 학생·교사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김정연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관은 “국가 간 교육 교류는 단순히 주고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역사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태국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원 양성 프로그램 등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소영 태국 한국교육원장은 “태국에서 한국어가 많이 확산됐지만 단순히 학생이나 학교 수가 는 걸 평가하기보다는 질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해외 한국어 보급 사업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본 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콕=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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