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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스타 인공지능의 처참한 패배…다음 상대는 구글

입력 : 2017-11-05 08:00:00 수정 : 2017-11-05 10: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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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스타 인공지능의 패배/ 본격 대결은 딥마인드와 '스타2'로 / 구글은 연간 1700억이상 투자중

게임 스타크래프트2. 출처=블리자드

“GG(패배)~!”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대에선 인공지능(AI)과 프로게이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펼쳐졌다. 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이뤄지는 첫 인공지능과의 대결이라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인공지능은 4전을 내리 지며 압도적인 차이로 무너졌다. 스타크래프트의 영역에서 인간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체스, 바둑처럼 인공지능이 이미 활약하고 있는 종목들은 사각형의 제한된 공간에서 수십 개 요소을 제어하는 범위에서 경기가 이뤄진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보이지 않는 광활한 지도 안에서 일꾼, 전투 유닛 등 수백 개의 유닛을 컨트롤해야한다. 정찰을 통해 상대방의 전략을 예상하고 수시로 마주하는 상황에서 유리한 대응 방식을 구현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사실상 이번 패배는 예상된 결과였다. 대결에 참여한 AI에는 각 상황을 판단하는 딥 러닝(강화·지도 학습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 출전한 AI는 ‘세계 AI 스타크래프트 대회(AIIDE)’, 즉 인공지능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봇들로 제한된 상황 안에서만 효율적인 시나리오를 이끌도록 개발됐다. 인공지능 스스로의 ‘판단’보다 ‘최적의 시나리오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다.

스타 AI MJ봇을 개발한 세종대 김경중 교수는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은 정찰. 공격. 생산. 확장. 의사결정 등의 다양한 목적을 달성해야하고 각자 모듈이 달라야 한다”며 “특히 의사결정 부분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게 패배한 인공지능. 출처=세종대 페이스북

◆ ‘바둑’ 다음 종목은 ‘스타크래프트’라고 발표한 구글은?

이번 인공지능 대 인간의 게임 대결은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경기는 스타크래프트1이 아닌 ‘스타크래프트2’로 진행된다.

인공지능 ‘알파고’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지난해 11월 "다음 종목은 ‘스타크래프트2’"라며 도전과제를 내밀었다. 이에 따라 개발사 블리자드는 딥마인드에게 AI가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툴까지 제공했다.

구글이 알파고 때 선례처럼 승리하기 위해선 스타크래프트2의 방대한 게임 패턴을 인공지능이 어떻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구현할 지가 관건이다.
 
스타크래프트2 인공지능으로 일부 구현한 명령들. 출처=딥마인드

플레이어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면 각 행동의 정보가 로그 데이터로 저장되는데 인공지능은 이렇게 기록된 수만 가지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 스타크래프트2 한 경기에는 시작부터 게임 종료까지 수천 단계의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종족별 특징이 다르고 공격, 이동, 정지, 건설 등 기본 조작법만 해도 3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한 연구에선 바둑의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10^170)인데 비해 스타크래프트는 10의 270승(10^270)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10의 170승이라는 수는 전세계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은 정도라고 하니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의 수는 상상조차 힘들다.

알파고의 경우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없어 '기존 게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지도학습'을 한 뒤 알파고끼리의 ‘셀프대국’을 통한 ‘강화학습’으로 단련해 성장했다. 알파고는 다음 행동을 판단하는 ‘정책망’과 게임 승리 가능성을 따지는 ‘가치망’을 통해 ‘딥 러닝’을 구현했다.
 
스타크래프트2의 다양한 조작법. 출처=딥마인드

딥마인드는 알파고 때와 달리 스타크래프트2 인공지능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대중과 공유하며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8월 '스타크래프트2 인공지능 글로벌 커뮤니티 사이트'를 공개했다. 사이트에선 AI 소프트웨어(SC2LE·StarCraft II Learning Environment)와 경기데이터 등 오픈소스가 나눠졌다. 사이트 내 토론장에선 인공지능 연구진끼리 질문과 답변을 나누며 연구 결과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인공지능 전문가 마이크쿡은 “블리자드 같은 게임사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며 “큰 글로벌 회사들이 나서 게임 인공지능 개발에 나선다면 새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구글 딥마인드사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 세계일보 자료사진

◆ 구글은 게임 AI에 막대한 투자 중

딥마인드가 바둑을 넘어 더 복잡한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까지 영역을 확장한 데는 인공지능을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이 잘 수행될 수 있다면 자율 차량 관리나 인공지능 로봇이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훨씬 넓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다.

이런 파급효과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앞 다투어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4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구글은 모바일 우선에서 인공지능 우선으로 전환했다”며 “모든 제품을 인공지능에 기반해 만들고 있다”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영국의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4억(한화 5820억원) 파운드 가량에 인수했고 이후에도 계속 투자를 감수하고 있다. 영국정부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지난해 약 1억 2350만 파운드(한화 1797억 원)의 적자를 냈다. 페이스북 역시 인공지능 연구소(FAIR)를 통해 스타크래프트1 인공지능 ‘Cherrypi’를 내놓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넥슨, 엔씨 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사들이 나서 게임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1일 ETRI는 엔씨 소프트, 세종대와 함께 온라인 RPG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게임 NPC나 몬스터의 대응 시나리오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게임 시나리오 인공지능 개발과 게임 로그데이터의 표준화 등 게임 인공지능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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