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아이가 다치지 않는 한 위법이 아니다.
방임과 방치를 심각한 아동학대로 보는 나라에서는 이를 폭력으로 여기고 처벌하지만 국내 법은 차량에 방치된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처벌하지 않는다. 부모의 양육태도를 가족간의 일로 치부했던 사회문화가 법에도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방임과 방치를 아동학대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체벌을 ‘사랑의 매’로 생각하는 것은 여전했다.
보건복지부와 홍문기 한세대 교수팀이 2014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웹 문서와 미즈넷, 82cook 등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신체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학대와 방임에 대한 버즈 양이 크게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버즈 양은 아동학대 관련 검색 키워드 표본을 바탕으로 수집된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웹 문서 등의 총량을 말한다.
지난 3년간 신체 학대의 버즈 양이 3만8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3만1000건), 정서학대(2만5000건), 성학대(1만7000건) 등의 순이었다.
정서학대에 대한 언급량은 2014년 3014건에서 2016년 8753건으로 2.9배 증가했고 방임에 대한 버즈 양도 같은 기간 3662건에서 1만2322건으로 3.3배나 늘었다. 정서학대와 방임을 폭력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아동학대를 가족간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로 여기는 비율도 높아졌다.
연구팀은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는 ‘범죄’”라며 “아동학대를 범죄로 언급한 버즈 양이 2015년부터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인천의 한 가정집에서 감금·학대당했던 아동의 탈출 사건이 있었고 이후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인천 4세 여아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이 잇따랐다.
하지만 훈육 목적의 체벌을 ‘사랑의 매’로 여기는 것은 여전했다. 이와 관련된 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교육’(12만2893건)이었다. ‘잘못’(5만3455건)이 뒤를 이었지만 그다음 연관어들은 ‘가르치다’(3만9489건), ‘훈련’(2만3406건), ‘지도’(2만2139) 등 긍정적인 맥락에서 쓰이는 것들이었다.
연구팀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에 대한 체벌이 법으로 금지됐는데도 우리 사회가 아직 훈육을 위한 체벌에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 9월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보호자가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양육과 관련된 키워드 분석에서는 ‘어렵다’(1만5700건)는 언급이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1만2476건), ‘걱정’(9385건), ‘독박육아’(1362건), ‘짜증’(4657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변효순 복지부 아동학대대응팀장은 “체벌은 훈육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정서학대, 방임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도 학대라는 것을 국민이 확고하게 인식하도록 공익광고 등 아동학대 예방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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