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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몰고 온 가난 탓… ‘조혼 내몰리는’ 아프리카 소녀들

입력 : 2017-11-28 19:40:39 수정 : 2017-11-28 19: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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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 남부 은산제에 사는 은토냐 산데(14·여)의 운명은 지난해 전례 없는 홍수가 발생하면서 바뀌었다. 홍수에 밭이 휩쓸려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그의 부모가 산데와 결혼하고 싶다는 남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산데는 공부하고 싶어 떠나지 않겠다고 애원했지만 부모는 “날씨가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게 된 산데는 결국 10개월 후 첫 아이를 낳았고, 학업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럽저널리즘센터가 후원한 프로젝트 ‘태양의 신부들’의 보고서를 인용, 말라위와 모잠비크 등에 사는 아프리카 10대 소녀들이 기후변화 탓에 조혼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 예상치 못한 폭우와 가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가난해진 부모들이 다른 가족을 살리기 위해 어린 딸들을 시집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4개월짜리 아기 카렌의 열다섯살 엄마 아나.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자료사진
보고서에 실린 사례를 보면 카를리나 노르티노(여)는 모잠비크 동부 남풀라주의 강이 말라 어획량이 준 2015년 13살 나이에 결혼하게 됐다. 통상 이 지역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비가 내리지만 2015년부터 1, 2월에만 간헐적으로 비가 내렸고, 결국 어획량이 2년간 20분의 1로 줄면서 노르티노 가족의 생계가 곤란해졌다. 말라위 남부 나마라카에 사는 루시 아누사(15·여)는 지난해 가뭄이 발생하자 부모의 반대에도 가족을 위해 조혼을 스스로 선택했다. 말라위에서 조혼반대 운동을 하는 맥 베인 음칸다와이어는 “400만~500만명이 조혼 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 중 150만여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말라위는 올해부터 18세 이하 혼인 금지를 헌법에 명문화했지만 기후변화란 악재에 영향을 받으면서 조혼 비율이 줄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15세 소녀 7명 중 1명이 조혼하는 모잠비크 역시 2800만여명의 국민 중 70%가 빈곤선 아래 있어 기후변화에 쉽게 타격을 받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네덜란드의 환경평가위원회는 지적했다. 가디언은 “단돈 25파운드(3만6000원)만 받고 딸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뜬구름 잡는 얘기겠지만 이 소녀들에게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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