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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고리 이제 끊자] “공무원 아니면 상대 안해”… 상담사 현장조사 비협조

입력 : 2018-01-10 06:00:00 수정 : 2018-01-11 1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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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드러낸 ‘복지 외주화’ / 아동학대 대응 민간기관에 위탁… “부모들 아무리 설득해도 입 닫아” / 경찰 공조도 ‘삐걱’… 정부가 나서야
‘준희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다시 한 번 허점을 드러냈다. 초기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법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대응의 주축으로 명시돼 있지만 민간 신분인 탓에 경찰과의 공조, 현장 조사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복지 외주화’의 한계 때문이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61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 중이다. 복지부 산하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대부분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정부가 비영리법인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절차를 통해 법정기관의 지위를 부여했지만 민간의 신분은 변하지 않는 셈이다.

이로 인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상담사 및 사회복지사들은 아동학대가 발생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갖은 난관에 봉착한다. 신고를 당한 가정의 부모가 비협조로 일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는 “아무리 설득하고 이해를 시켜도 ‘공무원 아니면 상대 안 한다’는 태도로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으로 명시된 상담 및 정신적 치유 등 피해 가족에 대한 사후조치에 대해서도 무시로 일관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함께 발을 맞춰야 할 경찰과의 불협화음도 업무 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이다. 공무원인 경찰과 민간인인 상담사의 신분 차이상 당연한 결과다. B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는 “처벌과 법 집행이 기본인 경찰과 달리 상담사는 사회복지 측면에서 가정의 위기에 대한 지원까지 포괄해야 하는데 시각차가 너무 크다”며 “법적 기준이 모호한 정서적 학대나 방임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펴볼 엄두도 내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C지역에서 일하는 상담사는 “아무리 법정기관이라지만 실권이라고는 주민등록등본 떼는 것 외에는 하나도 없이 모두 알음알음해내야 한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진 정보는 모두 경찰에게 제공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무리 공문을 제출해도 기본적인 인적사항 외에 중요한 수사정보는 얻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60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소속 법인이 제각각인 탓에 정부와 법인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점도 정책의 일관적인 수립·집행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동학대 현장조사 및 대응 업무만으로도 버거운 상담사들이 후원 및 모금 활동까지 매달려야 하는 구조적 문제도 이들을 만성 과로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D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1.5년도 되지 않고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1년에 두세 번씩 바뀌는 상황에서는 전문성이라는 게 쌓일 수가 없는 구조”라며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예방 시스템의 변화와 아울러 예산 및 인력지원까지 모든 부분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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