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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人] '아동학대는 모두의 문제'…굿네이버스 김정미 본부장 "인식과 조직적으로 개선해야"

입력 : 2018-03-17 15:00:00 수정 : 2018-03-17 15: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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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희 양 암매장 사건, 광주 3남매 화재 사망 사건이 언론을 통해 연일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죠.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아이들의 비극’은 이번 사건들이 처음은 아닙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굿네이버스 본사. 아동학대 예방에 20여년을 쏟아부은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

삐쩍 마른 몸에 맨발로 집을 탈출한 소녀, 친부와 계모의 락스 학대 끝에 숨진 원영이 등 아동학대를 향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따듯한 미소를 반기는 김정미 본부장은 열정이 넘쳐 보였다. 온화한 미소 속에서도 단호하게 ‘아동학대’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강하고 분명하게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개인, 가족, 사회, 시스템을 조직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김 본부장은 20년 넘게 아동학대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이들'이라고 했다.

김정미(48) 본부장을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만났다. 1996년부터 굿네이버스 아동학대상담센터에서 일한 김 본부장은 아동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우리나라 아동학대 현황은?

A. “1990년대 아동학대 상담센터를 설립하고 학대피해아동들을 돕기 시작했던 때부터, 2014년 9월 아동학대 특례법의 시행 이후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최근까지도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가학적인 행위들로 고통 받고 희생된 아이들은 도돌이표처럼 다시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학대피해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113명에 달하고, 아동학대 신고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34,221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발견율이 인구 1,000명단 2.5명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미국 9.4명, 호주 8명 등), 현재의 신고율은 빙산의 일각이죠. 즉, 신고 되지 않은 곳에 더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Q. 아동 학대의 유형은 어떻게 되나요?

A.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유형으로는 아동에게 일부러 신체적 손상을 입히거나 또는 신체손상을 입도록 허용하는 모든 행위가 해당 됩니다. 2016년 아동학대 사례유형 통계를 살펴보면 여러 학대행위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복학대가 48%로 가장 높았고, 정서학대 19.1%, 방임 15.7%, 신체학대 14.6%, 성학대 2.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Q. 학대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장기에 어려울 것 같은데요?

A. “아동은 신체, 정서, 사회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성장 시기에 학대경험은 있는 아동들은 전반적으로 성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학대 경험 연령이 낮아질수록 더욱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체적 손상과 더불어 심리, 정서적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도 심각합니다. 많은 강력범죄자들의 어린 시절 부모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부모로부터의 폭력과 거부경험은 아동의 인생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로 생각됩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굿네이버스 본사. 아동학대 예방에 20여년을 쏟아부은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

Q. 아동 학대의 80%는 친부모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A. “아동학대는 개인, 가족, 사회 등 다양한 역동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가정환경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수준, 환경에서 발생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아동학대의 약 80%가 부모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이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낮아 부모의 양육태도, 양육방법 및 기술 등이 적절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아동학대 사례가 있으실까요?

A. “많은 사례들이 기억나지만 최근 사례 중에 이름도 없이 혼자가 되었던 신생아 아가가 기억이 많이 나요.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를 두고 몰래 병원에서 도망쳤고, 보호자도 이름도 없는 아이가 신생아실에 혼자 남겨져 있었던 사례입니다. 심지어 아이가 선천적인 질병도 갖고 있어서 그 작은 몸으로 다섯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2000만원에 이르는 병원비가 아이 앞으로 남겨졌고,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 의료급여 등 기본적인 지원도 받을 수 없었죠. 건강해져 퇴원을 한다고 해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병원 주치의와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도 있습니다.”

Q. 학대받는 아동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데, 현재 시스템은? 
 
A.“현 시스템 상 학대피해아동을 발견하기 위해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동이 학대를 받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국번 없이 112로 전화 신고 가능하고, 관할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신고 가능합니다.  또한,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직무 상 아동을 대하는 일이 많은 24개 직군을 ‘신고 의무자’로 법적 지정하였습니다. 신고의무자는 아동학대 의심 및 발견 시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의심상황에서 미신고 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아동학대가 모두의 문제' 인식의 전환은?

A. “아동학대의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 기관 및 단체, 국가와 정치권 등 다양한 영역의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접하면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신고하여 적절한 보호가 되도록 돕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스스로가 아이들을 학대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A. “아동학대는 개인, 가족, 사회 등 다양한 역동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발생 원인을 명확히 판정하고, 아동 및 가족, 학대행위자에 대한 전문적 사례관리를 통해 상담, 교육 등이 제공될 수 있도록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학대피해아동과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담기관의 설치, 피해아동 및 가족에 대한 서비스 지원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아동학대예방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적정 인프라 확충, 전담 인력의 처우개선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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