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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공문서 조작' 궁지 몰린 아베…외교서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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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2 16:49:33 수정 : 2018-03-22 16: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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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스캔들’ 관련 공문서 조작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외부 문제를 해결해 실적을 세움으로써 내부 문제로 인한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2일 교도통신은 복수의 북·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답을 피하고 싶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북·일 정부 간 협의와 베이징에 있는 대사관 루트 등 다양한 기회와 수단을 통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대북 압력 강화’만 외치던 일본이 갑자기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나선 것은 북한 문제에서 일본이 소외돼 자국의 현안인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이어 ‘믿었던’ 미국마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자 일본이 북한 문제에서 제외되는 ‘재팬 패싱’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은 자국 내 부정적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위협을 ‘국난’이라고 규정하며 안보 위기를 조장해 표를 얻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변화나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 모드로 돌변할 경우 선거를 위해 안보 위기를 부채질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5월 하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문제에 대한 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영토 반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공동경제활동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만나 일본이 배치하려는 지상배치형 신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쿠릴 4개섬을 일본에 내줄 경우 미군이 해당 지역에 기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올해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활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일본 방문도 꾀하고 있다.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상 간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토 문제라는 점에서 서로 양보하기 곤란하다. 충돌 상황을 방지하는 수준에서 멈출 경우 성과라고 내세우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5월 초 도쿄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아베 총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이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3국이 협의해 당장 내놓을 만한 성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가 “역사상 가장 가까운 미·일 정상”이라며 자랑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는 최근 썩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다. “100% 함께하는 동맹”이라더니 “대북 압박 강화”를 외치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얘기도 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였다. 아베 총리는 4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려 했으나 미국 측 사정으로 일정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4월 중순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문서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는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일본은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고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동맹국인 일본의 철강·알루미늄 수입은 미국의 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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