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스키의 왕자’ 김기민이 지젤 주역인 알브레히트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이 4월 6~15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지젤’에 주역으로 함께 한다.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그를 먼저 만났다.
‘지젤’은 남성 주역보다 발레리나가 더 빛나는 작품이다. 바쁜 일정에 고국에서 짬을 낸 만큼 더 욕심 나는 배역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김기민은 “항상 저보다 발레리나가 부각되도록 노력한다”며 아쉬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이번 ‘지젤’ 은 평소 ‘지젤’ 공연 때처럼 연기할 것입니다. 항상 공연하기 전에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생각을 미리 하고 공연하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거든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관객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니까요.”

“길고 아름다운 상체 표현과 뛰어난 작품 해석으로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을 소화하는 무용수입니다. 실력이 뛰어난 만큼 자신의 춤에 욕심이 강하지만 또, 자신의 파트너 무용수를 그 이상 생각해주는 발레리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친한 친구인 만큼 같이 춤을 출 때 서로를 많이 이해하고, 항상 제가 고마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의 고국 공연은 5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로 내한했다. 당시 사뿐 공기 위에 올라앉는 듯,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점프가 뜨거운 화제였다. 그는 ‘김기민표 점프’의 비결에 대해 “점프는 타고 나야 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하지만 같은 점프력도 더 높이 떠 보이게 하는 것은 테크닉이죠. 꾸준히 자기 영상을 보고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다른 이들이 잘하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따라해 보기도 하고… 달리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올해 그는 한국 나이로 26살. 보통 발레리노들이 기술과 해석에서 한층 성장할 시기다. 김기민은 “많은 팬 분들이나 선생님께서 요즘 제 춤에 많은 변화가 있다고는 하신다”며 “개인적으로는 잘 못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마린스키에서 지낸 7년간 인상 깊었던 공연에 대해 “너무 많아서 하나를 선택하기는 너무 어렵다”며 “지금 생각나는 일들이라면 좋아하는 작품들에 데뷔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사랑의 전설’ ‘로미오와 줄리엣’ 등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어제 일처럼 너무나도 가까이 느껴진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은 작품도 많았다.
“라 바야데르, 세헤레자데, 지젤, 돈키호테… 아직 한국에서 안 한 작품들만 고른 것 같네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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