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회 공전 탓 먼지 쌓이는 미세먼지 법안

입력 : 2018-05-09 19:21:04 수정 : 2018-05-09 22:16: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환경법안 10개 중 7개 계류 중/20대 국회 개원 뒤 총 389개 발의/ 통과율 31%… 19대 46% 못 미쳐/ 정부 핵심정책 ‘물관리 일원화’도/
정치권 진영논리에 처리 ‘하세월’/ 후반기로 이월돼도 지연 불 보듯/“환노위 위원 바뀌면 원점서 시작”
‘먼지 앉은 미세먼지 법안, 물 밑으로 가라앉은 물관리 일원화….’

국회가 개점휴업에 빠지면서 미세먼지 특별법과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생물다양성보전법 등 환경분야 민생법안과 물관리 일원화 같은 굵직한 법안이 후반기 국회로 무더기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등 향후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중 국회가 정상화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정책이 정치적 기싸움에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환경법안은 389개다. 이 중 122개(31.4%)가 통과됐다. 전반기 국회 종료(29일)를 20일 남겨둔 상태에서 발의된 법안 10개 중 7개가 잠자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19대 국회 전반기 법안 통과율 46.3%에 훨씬 못미치는 성적이다. 그중 대부분(244개)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1년 이상 진척이 없는 게 71개에 이른다.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목 잡힌 대표적인 사례다. 물관리 일원화는 ‘수량=국토부, 수질=환경부’로 이원화한 물관리를 환경부로 모으자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5호 업무지시’로 물관리 일원화를 언급했을 정도로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여야는 물관리 일원화 내용을 빼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구상에 대해 야당 측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견을 좁히기 위해 여야 3당이 참여하는 ‘물관리일원화협의체’가 구성됐으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활동을 마쳤다.

현재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물기본법, 물관리 기술개발 촉진 및 물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물산업법) 등 3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바른미래당(주승용 의원)은 국가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물기본법을, 자유한국당은 대구에 물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물산업법을 각각 지지한다. 각당이 입장에 따라 밀고 당기기만 반복하고 있다.

허재영 통합물관리 비전포럼 운영위원장은 “물관리 문제가 다른 정치적 사안에 얹혀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기싸움에 정책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법안에도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특별법)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 발령되는 비상저감조치 때 차량 2부제를 민간에 확대하고,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이 법안은 지난 3월 27일에야 환노위 법안심사 테이블에 올랐다. 직전 이틀간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여론이 사나웠던 때다.

당시 논의과정을 지켜본 A씨는 “법안에 얽힌 쟁점을 확인하는 성과는 있었지만, ‘미세먼지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와 여당의 성과에 야당이 들러리 서는 셈이 되니 물산업법 등 다른 법과 묶어 통과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민생법안도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도 그날 하루뿐이었다. 사흘 뒤 3월 임시국회가 종료되고, 4월, 5월 임시국회가 잇따라 공전한 탓이다.

이렇게 국회가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며 계류된 미세먼지 법안은 45개에 이른다. 법안이 전반기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서 자동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반기 상임위 구성이 바뀌면 그만큼 법안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환노위는 16명의 위원 중 12명이 초선(비례대표 포함)이다. 인기 상임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환노위는 거쳐 가는 곳이라 여기고 하반기에 다른 상임위로 옮기는 의원이 많다”며 “새 의원들이 다시 법안을 공부해 처리하는 것은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수지 '우아한 매력'
  • 송혜교 '반가운 손인사'
  • 김희애 '동안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