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개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4차 규탄 시위’는 주최 측 추산으로 7만여명이 모였다. 여성을 의제로 여성만이 참가한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장소도 혜화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옮겼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이 34.9도를 기록했지만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빼곡히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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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몰래카메라 편파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들이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문재인도 한국 남자다’, ‘보는 ×도 범죄자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주최 측은 혐오 발언과 관련한 여론을 의식해 단속에 나섰다. 4차 시위를 앞두고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에는 “원색적인 조롱, 인격 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제지하거나 압수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글은 “피켓을 제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피켓만 집중 조명해 확대해석하는 기득권과 언론의 백래시(backlash·반격)에 대항하는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조롱은 삼가자”고 당부했다.
남성을 향한 거친 표현은 여전했다. ‘몰카 안 보면 죽는 한국산 남자’, ‘문재인도 한국 남자’ 등 남성혐오를 부추기는 피켓이 일부 눈에 띄었다. ‘경찰대 신입생 및 경찰 채용 여남 비율 9대1 보장’이나 ‘문 대통령의 편파시위 부정 발언 사과 요구’ 등 무리한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등은 시위를 향한 엇갈린 시선으로 논쟁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원색적 구호가 사라졌다고 본질이 변하는 거냐”며 날을 세웠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들이 더운 날 왜 광화문에 나가 소리를 지르는지 생각해 보라”고 옹호했다.

한편 ‘여성소비총파업’ 주최 측은 SNS 계정을 통해 여성들이 하루 동안 소비를 일체 중단함으로써 여성의 영향력을 사회에 각인시키고 각종 성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여성소비총파업을 지난달 1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벌였다고 주장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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