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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폭염도 못 막은 4차 여성 시위…남혐 줄었지만 적개심 여전

입력 : 2018-08-05 19:18:30 수정 : 2018-08-05 21: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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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7만명 모여 / 주최측, 논란 의식해 표현 단속 / ‘몰카 안보면 죽나’ 등 일부 눈살 / “원색 구호 없다고 본질 안 변해” / “폭염에 왜 나갔겠나” 찬반 분분 / 민갑룡 청장 예고없이 현장 찾아 / 집회에 아이스팩 지원 검토 지시
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네 번째 여성 시위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얼굴을 선글라스나 마스크 등으로 가린 여성 수만명이 모여 “불법촬영을 엄중 처벌하라”고 외쳤다. 시위 인원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으나 앞선 3차례 집회와 달리 남성혐오 표현이나 과격한 구호는 크게 줄었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개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4차 규탄 시위’는 주최 측 추산으로 7만여명이 모였다. 여성을 의제로 여성만이 참가한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장소도 혜화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옮겼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이 34.9도를 기록했지만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빼곡히 채웠다.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몰래카메라 편파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들이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문재인도 한국 남자다’, ‘보는 ×도 범죄자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1∼3차 시위 때 논란이 된 남성혐오 표현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지난달 3차 시위에선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하라”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재기’는 2013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에 빗대 ‘자살’을 뜻하는 은어다.

주최 측은 혐오 발언과 관련한 여론을 의식해 단속에 나섰다. 4차 시위를 앞두고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에는 “원색적인 조롱, 인격 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제지하거나 압수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글은 “피켓을 제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피켓만 집중 조명해 확대해석하는 기득권과 언론의 백래시(backlash·반격)에 대항하는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조롱은 삼가자”고 당부했다.

남성을 향한 거친 표현은 여전했다. ‘몰카 안 보면 죽는 한국산 남자’, ‘문재인도 한국 남자’ 등 남성혐오를 부추기는 피켓이 일부 눈에 띄었다. ‘경찰대 신입생 및 경찰 채용 여남 비율 9대1 보장’이나 ‘문 대통령의 편파시위 부정 발언 사과 요구’ 등 무리한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시위가 열린 3시간여 동안 광화문광장 북단은 남성의 통행이 전면 제한됐다. 주최 측이 참가 가능한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나서 남성의 통행이나 항의시위 등을 제지한 가운데 민갑룡 경찰청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향후 집회에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등은 시위를 향한 엇갈린 시선으로 논쟁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원색적 구호가 사라졌다고 본질이 변하는 거냐”며 날을 세웠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들이 더운 날 왜 광화문에 나가 소리를 지르는지 생각해 보라”고 옹호했다.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1∼4차 여성 시위는 주최 측 추산으로 각 1만2000명(5월19일), 4만5000명(6월9일), 6만명(7월7일), 7만명(8월4일)이 참여해 누적 참가자 수가 18만7000여명이다. 경찰은 “집회 인원 추산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소비총파업’ 주최 측은 SNS 계정을 통해 여성들이 하루 동안 소비를 일체 중단함으로써 여성의 영향력을 사회에 각인시키고 각종 성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여성소비총파업을 지난달 1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벌였다고 주장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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