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조선소의 크레인 가동 중단은 비단 조선 불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적신호가 켜진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다. 불황은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8%보다 턱없이 낮은 올해 성장률 2.9%는 추락하는 경제 실상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6월까지 4개월째 마이너스다. 고용절벽에 투자절벽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산업단지의 불도 꺼지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했던 구미·울산 산업단지의 공장가동률은 43.6%, 47.5%로 떨어졌다. 전국 공장 평균가동률도 70% 선에 겨우 턱걸이한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일찍이 이런 일이 없었다.
이런 사태는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부른 재앙이다. 정부가 최근 규제개혁을 외쳤으나 말잔치로 끝날 개연성이 짙다. 당장 집권 여당에서 반시장·반기업 구호가 다시 들끓는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하나같이 “친노동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이해찬 의원은 “노동자의 정치적 권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반기업·친노동 정책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은 빤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제 “5년간 세수가 60조원 더 걷힐 것”이라며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세수만 호황인 것은 경기 부진 속에서도 법인세율을 올리고 각종 감면 조치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를 북돋우고, 소비를 진작시킬 감세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세금을 더 걷어 살포하려는 판이니 경제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미·중의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제2, 제3의 ‘말뫼의 눈물’이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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