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70년 된 노후 선박 인양 충격 버틸까… 시신 훼손·유실 우려

입력 : 2019-06-03 19:27:58 수정 : 2019-06-04 00:16: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헝가리 정부 이르면 5일 작업 / 선체에 체인 감아서 올리기 유력 / 무게 감당 못해 파손 될 가능성 / 내부 수색 못해 실종자 위치 몰라 / 인양 전 유출 방지장치 마련 필요 / 세월호와 비교해 준비 기간도 짧아 / 인양 작업 길게는 한 달 정도 예상
선체 내부수색 가능성은… 3일(현지시간) 한국과 헝가리 구조대원들이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수온 등을 확인하며 잠수요원 투입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하고있다. 부다페스트=AFP연합뉴스

헝가리 정부가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침몰한 허블레아니호 선체 인양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작업 중 선체 내에 있을 수 있는 시신 훼손·유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허블레아니호가 무려 70년이나 된 선박인 탓에 인양 과정을 무사히 버텨낼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면서다.

 

3일(현지시간) 다뉴브강 사고 현장에서 하류 방향으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노란색 크레인이 대기 중인 모습이었다. 야노시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은 이날 한국·헝가리 공동 브리핑에서 이 크레인에 대해 “끌어올릴 수 있는 무게가 50t 정도 되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현재 헝가리는 허블레아니호 인양을 위해 다른 대형 크레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 수위가 내려가길 기다려 200t 규모 무게를 끌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 ‘클락 아담’을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다.

3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현장에서 헝가리 구조대 잠수부가 수중수색을 마친 후 복귀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이르면 5일 인양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위가 높고 유속이 빠른 탓에 잠수를 통한 선체 수색 작업이 어렵자 인양 후 수색 방안을 택한 것이다. 오는 9일까지 이 작업을 마치겠단 게 헝가리 측 설명이다.

 

헝가리 정부가 인양 작업에 들어가더라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허블레아니호의 노후화다. 이 배는 1949년 소련에서 만들어졌다. 해당 선체가 인양과정에서 충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허블레아니호 선체 무게는 53t이다. 여기에 물 무게와 함께 각종 화물과 안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실종자까지 더해진 무게를 허블레아니 선체가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유력한 인양 방안으로 검토되는 건 선체에 체인을 감아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는 방법이다. 만약 선체 파손이 생기면 시신 훼손이나 유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충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체 규모의 차이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건 어렵지만, 세월호의 경우 선체 인양 방안 마련에만 5개월여 기간이 소요됐다. 세월호 인양 시 수중 최초 인양 중량은 8574t에 달했다.

항공수색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헝가리 경찰 헬리콥터가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지점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항해학)는 “허블레아니는 노후 선박이라 파손 가능성이 있기에 선체의 중요 프레임을 최대한 많이 확인하고 거기에 줄을 충분히 걸고 올려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작업 환경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허블레아니는 인양 완료까지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허블레아니호 선체 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내부 정보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우리 신속대응팀 긴급구조대는 이날 오전 8시에야 수중 작업 가능성 타진을 위한 입수를 시도했다. 우리 측 잠수사 2명과 헝가리 측 2명이 함께 진행했다. 이런 탓에 현재 선체 내부에 있을지 모를 실종자의 위치를 전혀 알지 못해 인양 중 유실·훼손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여객선협회가 1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공개한 ‘바이킹 시긴’호(왼쪽)와 ‘허블레아니’호의 추돌(빨간색 원 안) 장면. 추돌 후 균형을 잃은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자 시긴호는 후진했다가 다시 직진해 현장을 벗어났다. 헝가리여객선협회 웹사이트 캡처, 부다페스트=AP연합뉴스

헝가리 측 구조팀은 앞서 두 차례 잠수를 시도했다 빠른 유속, 높은 수위, ‘시계 제로’ 상태인 강물 상황 탓에 실패했다. 우리 신속대응팀 긴급구조대 소속 베테랑 잠수부 20여명은 헝가리 정부 측 허가를 얻지 못해 입수도 한 번 하지 못한 상황이다. 잠수 외 선체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중드론도 인접국인 체코 측이 투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성능이 더 나은 수중드론을 보유하고 있지만 통관 문제로 현지에 들여오지 못했다.

 

이와 달리 세월호의 경우 선체 인양 추진 전 전체 격실 111곳과 공용실에 대한 전면수색만 네 차례 이뤄진 상태였다. 그외 광학·적외선 영상장비 등 통한 수중 영상촬영, 음향탐지기 등 다양한 첨단 장비로 선체 수색이 진행됐다.

 

임 교수는 “잠수부가 들어가서 선체 수색을 하고 실종자의 시신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인양 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유실·훼손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런 작업이 인양 추진 이후에라도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해사수송과학)는 “현 상황에서 창문, 들어가는 계단 등으로 인양 전 시신이 유출되지 않도록 충분한 장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인양 전에 헝가리 정부로부터 실종자 유실·훼손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작업이 되도록 한다는 합의를 받아내야만 이런 부분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다페스트=김승환 기자, 이강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