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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 어디 가고… 乙들만 나온 최저임금 공청회 [뉴스+]

입력 : 2019-06-05 19:46:44 수정 : 2019-06-05 19: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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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측 알바생 등 저임금 노동자 / 使측선 영세자영업자 패널 참석 / 논의 ‘을 대 을’ 갈등 양상 번져 / “피차 어려운 을간 싸움 안타까워” / ‘진짜 사장’ 정부·대기업 참석 촉구 / 최임위원장 “차등적용 검토할 것”

“공청회 방향을 바꿔야 한다. 여기 나온 노사 측 모두 을(乙), 사회적 약자다. ‘진짜 사장’은 정부로 따지면 기재부, 사용자로 치면 재벌과 대기업이다. 앞으론 ‘진짜 사장’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5일 오전 최저임금위원회가 개최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관련 서울 권역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발언을 마친 뒤 나온 말이다. 노동자 측 패널은 현금지급기(ATM) 관리자, 대형마트 직원, 아르바이트생 등 저임금 노동자가, 사용자 측은 편의점주, 소상공인, 외식업자 등 영세 자영업자가 참석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쪽도, 주는 쪽도 ‘갑(甲)’은 없었다.

 

같은 을이라도 최저임금을 향한 시선은 정반대였다. 노동자 측 패널인 박종은씨는 과거 아르바이트 경험을 소개하며 “(아르바이트생들은) 하나같이 ‘최저임금 1만원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 측 패널인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는 “최저임금을 2∼3%만 더 올려도 700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을 대 을’ 갈등으로 번진 셈이다.

 

불황의 원인으로 최근 2년간 두 자릿수를 기록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목하는 일각의 여론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정수찬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어렵게 사는 을끼리 싸우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논하기 전에 불공정거래, 악의적인 상가 임대료, 프랜차이즈 비용, 카드 수수료 등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 대표는 “그런 문제를 알고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자영업이 고사 직전에 놓인 것”이라며 “이제와서 재벌·대기업 문제만 부각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노.사.공익위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가 공개 토론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해 심의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0일 광주, 14일 대구에서 권역별 공청회를 이어간다.

 

박 위원장은 공청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심의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 다수의 사용자 측이 업종·규모·지역별로 ‘맞춤형 최저임금’을 도입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최저임금은 업종별 차등적용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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