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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금융권 간편결제… “쓰는 사람도 쓸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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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5 06:00:00 수정 : 2019-07-24 20: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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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카드사가 만든 ‘저스터치’ / 정부 주도 ‘제로페이’에 치이고 / 새로울것 없어 소비자에 외면 / 가맹점 수 확장·흥행몰이 실패 / 은행권 공동 ‘뱅크페이’도 부진 / “혁신적 기술없이 접근한 결과”

카드업계와 은행업계가 각각 공동으로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가 나오면서 흥행몰이에 실패한 데다 공급자 위주의 접근으로 무관심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롯데·하나·현대·비씨·KB국민·NH농협카드 등 7개사가 공동으로 선보인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반의 결제서비스 저스터치(Justouch)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NFC 방식은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통신 거리가 짧아 결제 시 해킹 등 위험에 덜 노출돼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 구글, 유니온페이, 비자카드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저스터치 출시 후 전혀 다른 QR코드 방식의 제로페이가 나오면서 저스터치는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직장인 김모(25·여)씨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여기저기서 차고 넘친다. 뭐가 뭔지 구분이 안 된다”며 “소비자들이 보기엔 비슷비슷해 보여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스터치는 가맹점 수 확장에도 실패했다. 저스터치 이용이 가능한 가맹점은 편의점 CU, GS25 등 3만5000여곳이다. 가맹점 수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로페이(지난 5월 기준 23만개)보다도 훨씬 적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오모(54·여)씨는 “저스터치라는 결제서비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저스터치로 결제하겠다고 말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에서 내놓은 은행권 공동 ‘뱅크페이’ 애플리케이션(앱)도 소비자들에게 잊히고 있다. 뱅크페이는 소비자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출금해 해당 가맹점에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뱅크페이는 독자적인 인터넷 계좌이체 서비스로 출시됐다가 지난해부터 제로페이와 연동됐지만 이용자 수는 많지 않다. 지난 6월 기준 뱅크페이 앱을 통한 제로페이 결제건수는 약 1만건, 결제금액은 약 1억5000만원이다. 뱅크페이 관계자는 “뱅크페이가 제로페이 결제서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미미하다”고 밝혔다.

금융업계가 앞다퉈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카드, 전자금융업자 등 43개 회사는 50종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 건수는 23억7700만건으로 2016년(8억5800만건)에 비해 약 2.8배 성장했고, 결제 금액도 80조1453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금융업계가 공동 개발한 결제서비스의 부진은 제대로 된 준비나 혁신적인 기술도 없이 ‘일단 내고 보자’ 식으로 접근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로서도 기존 결제서비스보다 이익이 없는데 굳이 새로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는 등의 수고를 감수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적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핀테크 업체들이 투자,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 골고루 진출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핀테크 업체들은 지급결제 부분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간편결제 시스템이 기존 결제 시스템보다 조금 더 빨라지고 간편해진다는 것 외에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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