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과학자,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인기 스타, 다섯 번째 가나 학생. 조나스 야콤 냐마도르(26)한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가 유니스트에서 하는 연구도 독특하다. 사람의 인분을 분해해 에너지와 화폐로 활용하는 ‘똥본위화폐’이다. 15일 울산시 울주군의 유니스트 내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조나스는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없는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래퍼 과학자’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깨졌다. 옷차림이 독특하거나 행동이 특별하지 않았다. 조나스는 맑고 큰 눈망울이 인상적인,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눈을 빛내는 여느 ‘꿈 많은 20대 청년’이었다.
그를 보며 생겨나는 많은 물음표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는 왜 오게 됐을까. 그는 2013년 8월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조나스는 “유학을 고민 중이었지만 한국은 선택지에 있던 나라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미국에 가서 공학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학 방법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선 ‘유학 전문가’가 됐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유니스트에 관심이 있다고 같이 알아봐 달라고 했다.
조나스는 “한국엔 삼성, 엘지가 있고, 유니스트에선 세계적인 석학들이 교수이며 100% 영어로 수업이 진행한다는 점,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며 “맘에 안 들면 미국으로 가야지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흑인음악 동아리 에피데믹(EpideMIC)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우연히 선보인 프리스타일 랩을 듣고 한 친구가 소개해줘 시작됐다. 공연 등으로 명성을 얻었고, 인근 울산대와 서울의 대학 등에서도 요청이 와 공연을 했다. 조나스는 래퍼이면서 작곡가, 음악가이다. ‘스텝(Step)’, ‘아이 캔 메이크 유 댄스(I can make U dance)’라는 피처링 곡을 음원사이트에 등록했을 정도다. 석사과정 졸업을 준비하며 최근엔 음악을 만들지 못했지만, 음악과 과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 중 하나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음으로 변환해 음악을 만드는 식이다.
똥본위화폐를 연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똥본위화폐’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모두 배설하는 대변을 근본으로 하는 화폐제도와 인문과 예술을 결합해 순환경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일집’(과일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의 준말)의 ‘비비(BeeVi)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면 이를 분해해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만들고, 이를 난방 등 에너지로 사용한다.
에너지만큼의 가치는 화폐로 지급한다. 화폐단위는 ‘꿀’이다. 벌이 꿀을 만들 듯 인분을 유익한 에너지로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 현재 변기에서 바이오가스를 추출·정제하는 연구와 이를 이용해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꿀’을 활용한 환경경제와 순환경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무소유, 무관료, 무종교사회 건설을 목표로 한 인도의 ‘오로빌’과 비슷하다.
‘똥본위화폐 플랫폼’(http://fsm.network/)에 가입하면 매일 10꿀을 받는다. 이 중 3꿀은 플랫폼의 다른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 꿀은 일정 부분 쌓이지만 매일 7%씩 소멸한다. 꿀은 현금화되지 않는다. 개개인이 생각한 가치가 바로 물건의 가치가 된다. 14일 현재 405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조나스는 이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조나스는 “똥본위화폐에서는 한 사람이 적어도 구성원의 4분의 1과는 연결돼 있고, 빈부 격차는 자본주의 사회에 비해 적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기존 화폐시스템에서는 돈에 왜 그런 가치가 생겼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지만, 똥본위화폐에서는 어떻게 가치가 형성되는지, 왜 만들려고 하는지 알고 참여하고 있다. 또 돈은 한정적이고 희소하지만 꿀은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면 생기는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여 구성원들이 경험하고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나스는 “똥본위화폐라는 시스템은 커뮤니티화폐라서 어디든지 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내년 후에는 가나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실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똥본위화폐 연구를 하면서 그가 하고 싶은 음악도 달라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왔다면 이제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야기하고, 변화를 끌어내고 싶어졌다. 그는 “사회적인 스타트업, 음악 등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요즘 고민이 많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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