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미국의 드론 작전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20년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폭사사건을 예로 들며 우리 군의 무인기(드론) 기술과 대응 능력 등에 관심을 표시했다. 드론 위협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안티 드론(anti drone)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무인기는 각 군에서 이미 운영 중이며, 중고도 무인기는 개발이 완료돼 조금만 보완하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속도(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레이저 대공무기 시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2023년까지 전력화할 예정인 레이저 대공무기는 빔을 표적에 집중적으로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해 격추하는 안티 드론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방부가 추진 중인 4차 산업혁명 기반 스마트 국방혁신 훈련체계도 지켜봤다. 5면을 둘러싼 대형 스크린에 전장 화면을 구현한 소규모 과학화 훈련시스템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가상현실로 실전과 같은 훈련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게임 산업에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평가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실질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단계로의 진입’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군의 작전 능력을 갖추기 위한 한·미 연합검증평가를 올해 하반기 실시한다. 또 한·미 연합작전능력 유지·향상을 위해 오는 3∼4월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대급 이상 규모의 야외기동훈련은 한·미가 단독으로 시행하되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은 정상적으로 시행한다. 북한과 대화 여건이 마련되면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내 초소(GP)를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방안 역시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맞서서는 6조2156억원을 편성, F-35A 스텔스 전투기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을 대거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군 정찰위성과 전술정보통신체계 등을 전력화해 감시정찰 및 지휘통제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예산(1086억원)보다 무려 218% 늘어난 3443억원을 올해 투입할 예정이다. 병영복지 분야에서는 올해 병사 봉급을 지난해보다 33% 인상, 월 54만900원(병장 기준)을 지급하며, 2022년까지 67만6100원으로 인상한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는 국방부가 아닌 계룡대에서 열렸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군정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계룡대에서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고 장병들을 격려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다리가 절단된 국가유공자에게 운동과 재활 등을 할 수 있는 ‘로봇 의족’을 시범 도입해 공급한다며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박수찬·김달중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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