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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가해자로"… 성폭행범 '혀' 절단사건, 56년 만에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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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06 16:29:48 수정 : 2020-05-06 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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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위기에서 상대 혀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 선고받아/56년만에 법원에 재심 청구/지역 시민·여성단체와 공동으로 재심 촉구하는 기자회견 개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상처를 입힌 혐의(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성이 56년 만에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 씨는 이날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최말자(74)씨는 6일 부산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부산여성의전화 등 353개 시민·여성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규정하고 실형을 선고한 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라”고 밝혔다.

 

최씨는 “당시 재판에서 ‘정당방위’였음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제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로 잡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며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현실에 분노하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처럼 용기가 없어서, 방법을 몰라 속앓이하는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용기를 내니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용기를 내 꼭 자신의 삶과 행복을 되찾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최씨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한국여성의전화와 부산여성의전화는 이 사건을 성폭력 정당방위 사건으로 보고, 늦었지만 정당방위를 외쳤던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의 방어권에 대한 사법기관의 부족한 인식을 밝히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을 계획이다.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 씨는 이날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최씨의 방어권 인정과 56년 전 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사건 해결을 위해 재심 개시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씨(당시 18세)는 1964년 5월 6일 오후 8시쯤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온 친구들을 데려다주려다 집 앞을 서성이던 노모(21)씨와 마주쳤다. 노씨 때문에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자, 최씨는 친구들이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씨를 다른 길로 유인했다.

 

노씨가 갑자기 최씨를 뒤에서 덮치며 성폭행을 시도하자 최씨는 자신의 입안에 들어온 노씨의 혀를 깨물며 저항했다. 노씨의 혀가 1.5cm 정도 잘렸다.

 

이후 노씨는 최씨에게 결혼을 요구하며 결혼하지 않으면 합의금을 달라고 흉기로 협박했다.

 

최씨 측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최씨가 노씨에게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피의자’로 보고 노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간 첫날 아무런 고지 없이 최씨를 구속했다. 이후 최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채 6개월에 걸쳐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수사검사로부터 2차 피해까지 봤다. 검사는 모욕적인 말과 위협적인 행동으로 노씨와 결혼할 것을 종용했다. 또 최씨가 고의로 노씨의 혀를 절단했다고 몰아가며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는 게 최씨 측 주장이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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