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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석탄 급격한 퇴출보다 재생에너지와 공존 필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너지전환과 그린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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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17 06:00:00 수정 : 2020-08-05 16: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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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저무는 화석연료 시대 / 자동차 산업 ‘脫화석’ 속도 가장 빨라 / 각국 혜택 주며 전기차 확충 노력 불구 / 가격경쟁력·충전인프라 부족 탓에 / 20년 뒤에도 화석車 비율 50% 예상 / 발전도 원전·火電 등 일부 가동하며 / 재생에너지 비중 늘리는 게 바람직

인류 문명 발전엔 여러 배경이 있지만, 화석연료 사용도 큰 역할을 했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의 동력원이었던 석탄과 19세기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석유가 구체적인 사례이다. 원유 생산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수입 원유를 정제해 사용하는 정유산업을 1960년대부터 본격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정유산업을 기반으로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 등 산업시설들이 잇달아 건설됐다. 이런 점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전선의 ‘혈액’은 석유였다. 대부분 운송용으로 사용되는 석유는 항공기와 배로 수출물품을 지속적으로 나를 수 있도록 했고, 국내 자동차 산업 육성과 자동차를 비롯한 교통수단 보급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석탄의 산업화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석탄은 국내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 초기 산업화를 이끌었다. 현재까지도 국내 전기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연료가 석탄이다.

 

화석연료의 역할이 이처럼 지대했지만, 최근엔 그 위상이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화석연료는 최근 손가락질을 받기까지 하고 있다. 선진국 중심의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면서다. 국제사회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환경문제 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구촌 차원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우리 정부도 이런 기류에 맞춰 ‘탈(脫) 화석연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선 수년 전부터 불거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노후 경유차량 등이 지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 시대는 이대로 저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급격한 탈화석 대체 연료로의 전환보다는 화석연료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한다. 아직은 화석연료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나 인프라 등의 준비가 미진하다는 의미다.

◆“2040년에도 절반은 내연기관차”

화석연료의 전환이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각국의 엄격한 환경 규제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은 기존의 휘발유와 경유 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점차 전기를 동력원으로 한 차량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세금 우대나 구매보조금 지원 등의 방식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는 이러 지원과 함께 202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등의 규제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독일의 폴크스바겐도 2026년부터는 내연기관 엔진의 개발을 중단하고, 2040년 이후엔 아예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몇년 뒤면 전기차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하지만 전망은 기대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전문가 집단도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지난달 19일 ‘자동차 기술과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서 2030년 전체 자동차 중 순수전기차 비율을 7%로 예상했다. 전기모터와 엔진을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율은 28%, 순수 내연기관차가 나머지 65%로 전망됐다. 10년 뒤에도 93%의 차는 화석연료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학회는 2040년에도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이용 차량의 비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퇴출 압박에도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이나 충전인프라 등이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기형 한양대 교수는 발표에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예측을 배경으로 최근 일본과 유럽, 미국에서는 다시 내연기관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내연기관은 퇴출 대상이 아니라 전기차와 함께 수십년간 주요 동력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시민들이 전기차를 관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공존 필요”

탈화석연료의 주요 대상은 전체 전력발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이다.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라 2034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도래하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고, 24기의 LNG발전소를 지어 이를 대체할 방침이다. LNG 역시 화석연료에 해당하지만 석탄 대비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크게 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LNG발전은 먼지와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다. 석탄발전 대비 대기환경 오염물질 배출량도 약 31%,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11% 수준으로 기존 분석 수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LNG도 화석연료인 만큼 온실가스는 배출되는데, 석탄발전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5억t가량 감축했는데 이 중 20%는 석탄에서 LNG로 연료 전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과)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경우 출력이 제로(0)가 되는 시점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간극은 즉시 가동이 가능한 LNG발전을 통해 메울 수 있다”며 “결국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비용 문제 등도 수반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 사회는 전환 속도 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2050년에도 원전, 석탄, 가스발전을 일부 가동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방식이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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