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공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뒤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층 사이에서 거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에 관한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을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넘어섰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진행 중 청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전체 추천순 1위에 올라있다. 지난 23일 올라온 이 청원은 이날 오전 5시45분 현재 21만7600여명이 참여해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끌어낼 수 있는 기준인 20만명을 이미 넘겼다. 청원 마감일은 내달 23일이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그동안 한국도로공사·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 등 많은 공기업들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졌다”며 “알바(아르바이트생)처럼 기간제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니, 이들이 노조를 먹고 회사를 먹고 이들을 위한 회사가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청원인은 “이곳(인천공항공사)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면서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빼앗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고도 따져 물었다. 그는 “(인천공항) 사무직렬의 경우 토익이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데,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 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며 “이번 전환자 중에는 정말 알바로 들어온 사람도 많은데, 그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는 ‘금방 관두려고 했는데 이득이다’, ‘현직들 대학+공부 기간 5년 난 그냥 벌었다’ 등의 이야기가 넘쳐흐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원인은 “이건 평등이 아니다”라며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게 과연 청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모두가 잘 사는 정책일까”라고 되물으며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당장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1일 보안검색 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사는 보안검색 요원들을 공사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우선 채용한 뒤 법률을 정비해 직접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보안검색 요원들이 2017년 인천공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내세우며 직접 고용을 촉구했고 이에 법률 검토를 거쳐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의 발표 후 기존 공사 정규직 직원들과 전환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다른 비정규직들, 다른 공사의 보안검색 요원들, 취업준비생들이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이 많은 청년층의 분노가 거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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