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의 응급환자를 후송하던 구급차의 운행을 막아 국민적 공분을 샀던 택시기사가 구속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앞서 경찰은 이 택시기사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택시기사 최모(31)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 당시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에서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며 소리쳤던 최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책임지실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슨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또한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뭘!”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정오쯤 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설 때는 유가족에게 ‘유감’이라는 말만 전했다.
최씨는 지난 6월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에서 사설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사고를 수습하라”라며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때문에 환자 이송이 10여분 정도 지연됐고, 폐암 말기로 호흡곤란 등 증상을 겪었던 환자는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약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청원인은 “택시기사는 반말로 ‘지금 사고 난 거 처리가 먼전데 어딜 가.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돼’라고 말했다”라며 “심지어 ‘(구급차 안에)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 이거 처리부터 하고 가라. 119 부를게’라고 말했다”고 주장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최씨는 택시회사에 입사한 지 1달도 되지 않아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월15일 서울 강동구 소재 택시회사에 입사했으며, 입사 24일 만인 6월8일 사고를 냈다. 그리고 사고 2주 뒤인 지난달 22일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72만 이상 동의를 얻었다. (25일 오전 8시 기준)
그동안 경찰은 강동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과 교통범죄수사팀에 더해 강력팀까지 동원하며 고강도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5일에는 최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해 승인받았다. 현재 유족이 청원한 ‘과실 치사’ 등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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