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에 일조시간 줄어 우울해져… 식욕·체중 떨어지고 초조감 느껴
‘겨울철’ 환자보다 극단행동 더 많아
광선·약물·정신요법 등 치료법 다양, 주변 사람들 따뜻한 배려도 큰 도움
강풍과 천둥, 폭우가 함께하다가도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가 쨍하게 뜨는 등 장마 막바지에 오락가락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사람들 마음도 뒤숭숭해진다. 일명 ‘여름철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철 우울증은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 일종으로,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 또는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불린다.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과 겨울에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봄과 여름에도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장마로 일조시간이 줄어들거나, 흐린 날과 맑은 날이 빈번하게 번갈아 나타날 경우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여름철 우울증 환자는 겨울철 우울증 환자보다 더 많은 자살사고를 보이며 자해할 가능성도 더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를 통해 여름철 우울증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여름철 우울증은 대부분 더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급격한 날씨 변화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뇌의 한 부분인 시상하부는 외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상은 무기력감을 느끼거나 의욕 저하, 수면 장애 등 기존 우울증과 비슷하다. 겨울철 우울증은 단 음식과 당분을 찾지만, 여름철 우울증은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을 다소 보인다. 또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은 신체적으로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데 반해,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은 초조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고, 심각하면 자살을 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광선치료, 약물치료, 정신요법 등 치료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정서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
광선치료는 밝은 빛을 쏘아 장마철 부족한 일조량으로 생긴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라이트 박스 형태의 기구가 쓰이는데, 아주 밝은 빛(1만 lux)을 사용한다. 평균 가정집 조명의 25배가량 밝기다. 일조량 부족으로 생긴 우울증은 계절이 바뀌면 호전될 수 있다. 장마가 끝나면 괜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다. 아직 우울증에 특효인 약은 없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우울증 치료 약을 먹기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약의 복용으로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은 계속 복용해야 우울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정신요법은 부정적인 사고를 다스리는 방법과 함께 우울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치료법이다. 지지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정신분석, 대인관계치료 등이 있다.
환자는 부정적인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우울증은 자존감 저하, 인생에 대한 허무함 등의 감정변화를 불러온다. 이 경우 성급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여름철 우울증은 계절과 연관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은 신체 생리학적으로 엔도르핀과 모노아민의 변화를 유도하고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인 코르티솔의 수준을 낮춰 기분을 좋게 한다. 술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나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환자에게 함께 있어 주는 것, 함께 해주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것은 없다. 외로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에게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이때 특별한 대화법이 필요하지 않다. 단순하게 “맞다” “어머나” “그랬구나” 정도의 말 한마디만 거들어 주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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