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문장이 화려하고 간결하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국내에서도 많이 팔린 그의 소설이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친구, 중년 여성 사이에 벌어지는 기묘한 일과 감정의 흐름을 다뤘다.
왜 스푸트니크를 제목으로 삼았을까. 스푸트니크는 소련이 1957년 쏴 올린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이름이다.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에도 그 이름이 붙였다. 카를 마르크스, “의식은 하부구조(생산력과 생산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대국 일본. 첨단기술은 우주를 향한다. 소설 제목에도 일본인의 의식이 묻어난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노도와 같은 삶의 전환점을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으로 추상화한 것이 아닐까.
일본 우주과학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일본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송골매) 2호’가 지구를 떠난 지 6년 만에 소행성 토양 시료를 지구로 보내왔다. 시료를 담은 캡슐은 지구에서 약 22만㎞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하야부사 2호에서 분리돼 호주 서부의 사막 우메라제한구역(WPA)에 정확히 착륙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과학기술의 개가다. 채집한 시료에서 우주의 생명 시원을 밝힐 단서를 찾아낼까. 하야부사 2호는 앞으로도 11년간 100억㎞를 더 날며 우주 탐사를 한다.
중국의 우주개발도 한창이다.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상아) 5호를 지난 1일 달에 착륙시켰다. 상아는 전설에 등장하는 달의 선녀다. 달의 ‘폭풍우 바다’에 내려앉아 달 토양을 채취해 돌아온다고 한다. 창어 5호의 달 착륙은 1999년 지구 궤도선 선저우 1호를 쏴 올린 지 20년 만이다. 우주굴기 외침은 요란하다.
우리는 어떨까. 아직 인공위성을 쏴 올릴 로켓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2020년으로 앞당겼던 달 착륙선 발사 계획은 문재인정부 들어 2030년으로 늦췄다. 관련 예산조차 깎았다. “우리는 아직도 달 토끼가 방아 찧는 시대에 산다”는 자조섞인 소리가 나온다. 왜 이렇게 됐을까. 권력다툼 외에는 관심 없는 정치 지도자들. 날이 새면 권력비리 감추기 싸움이 요란하다. 이런 식이라면 ‘21세기 조공국’으로 변하지 않을까. 한심한 노릇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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