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 위축에도
온라인 유통시장은 꾸준하게 성장
총 94회의 경매 중 80회가 온라인
다양한 종류·작가·가격대 쉽게 접해
플랫폼 통해 적은 금액에 공동소유
양도세도 거래 횟수 관계없이 20%
단순정보로 충동구매하면 큰 손해
작품 가치 상승 긴 시간 걸릴 수도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안정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었지만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오랜 저금리 기조 영향에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투자에 불을 붙였다. 소수 마니아층만 관심을 갖던 각종 형태의 재테크들도 함께 주목받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아트테크’다.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미술품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분야다.
미술품은 고가인 탓에 거래 자체가 오랫동안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인식돼 왔다. 작품을 자주 접해야 하며,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필요해 투자하기 까다로웠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다르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종류, 작가, 가격대의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추천받을 수 있으며, 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공동소유도 가능해졌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어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미술품이 적합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으로 고객층 넓히는 미술품 시장
미술품의 주요 유통 경로는 갤러리, 경매사, 아트페어 등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미술품 시장 규모는 5년째 제자리걸음이지만, 온라인 유통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가 2020년 3월 발표한 세계미술시장보고서 ‘아트마켓2020’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미술시장은 641억달러(76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5% 정도 줄었지만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거래량은 4550만건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10년래 최고치다.
온라인 미술품 시장의 성장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오프라인 매출은 368억원으로 지난해(693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 매출은 123억원으로 지난해(121억원)보다 늘었다.
사회적거리두기 여파에 경매, 아트페어가 줄줄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대체된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진행된 미술품 경매 총 94회 중 80회가 온라인 경매였다.
그중 가장 높은 낙찰총액을 기록한 것은 2월 진행된 케이옥션의 ‘자선+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로 총 128점이 9억847만원에 낙찰됐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최소 수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높은 금액은 아니다.
한 경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미술 시장이 위축돼 고가 작품 거래는 줄었지만 온라인 경매와 미술품의 대중화로 중저가 작품 수요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거래는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던 미술품 소비자의 연령층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미술품을 구매한 고액자산가 중 48%가 온라인을 이용했는데, 밀레니얼 세대의 온라인 작품 구입 비율은 78%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동구매’로 쉽게 접하는 아트테크
2018년 미국 ‘아트뉴스’ 조사 결과 자산가들의 미술품 구매 동기는 미학적·장식적 관심이 87%, 개인의 열정과 개성표출 85%, 작가와 문화후원 목적이 79%였고, 재테크 목적도 75%로 적지 않았다.
불황 속에서 아트테크는 더 주목을 받는다. ‘미술품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미술품의 평균 수익률은 5% 내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의 저자인 윤보형 변호사는 10여년 동안 30여개 작품을 구매해 600%가량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작품을 잘 고른다면 이처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세제 혜택도 ‘아트테크’의 매력 중 하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미술품 양도차익을 거래 횟수에 상관없이 20%로 고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전엔 자주 거래할 경우 영리 목적으로 보고 최고 42%까지 과세했다. 20%도 6000만원 이상의 작품에만 부과되며, 그마저도 생존 작가의 작품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위험부담이 있기는 하다. 아트테크 성공 사례는 ‘작품을 잘 골랐을 때’ 얘기다. 잘 모르는 그림을 좋다는 말만 듣고 덜컥 구매했다가 되팔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작품의 가치가 올라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안전하게 미술품 투자를 시작하려면 공동구매 플랫폼을 활용해 봄직하다. 작품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고르고, 고가여도 함께 투자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2018년 10월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국내 최초 공동구매한 ‘아트앤가이드’(열매컴퍼니)는 12월 11일 현재까지 51작품을 52억3300만원에 공동구매했다. 이 중 17개 작품을 매각해 수익 배분을 완료했다. 평균 수익률은 19%, 평균 보유기간은 242일이었다.
최근 2년간 아트투게더, 프로라타아트, 피카프로젝트, JW아트갤러리 등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여럿 생겨났다. 최소 투자 단위는 1만원부터 다양하고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부터 중견, 신진작가 작품까지 진행된다. 20~40대 참여율이 높으며 초보자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투자나 위험은 따른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이용할 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는지, 재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가격 메리트가 높은 작품을 고르는지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