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오전 페이스북에 김완하 시인의 ‘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를 올려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뻐꾹새가 참 애닯고 애쓰는구나, 저리도 혼신을 다해 쓰러지고 무너진 산을 일으켜 세우러 마음을 다하는구나”라고 적었다. 이 시에는 ‘뻐꾹새 한 마리가 쓰러진 산을 일으켜 깨울 때가 있다’, ‘낭자하게 파헤쳐진 산의 심장에 생피를 토해 내며 한 마디 젖은 뻐꾹새가 무너진 산을 추슬러 바로 세울 때가 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박 장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시는 대통령님. 무너지고 쓰러진 식당 사장님들 소상공인들, 그분들의 ‘낭자하게 파헤쳐진’ 아픔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생피를 토해 내듯’ 뛰는 우리주변 어디엔가 계시는 분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 희생하고 참아주는 참 고마운 국민들”이라고 코로나19 위기 속 고마운 이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어쩌면 대한민국은 이 모든 분이 코로나로 힘들어 무너지고 쓰러진 산을 되살리고 치유하는 뻐꾹새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라며 “저도 어디선가 뻐꾹새는 아니어도 작은 종달새라도 되어야 할 텐데…. 어제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 생각하면 그저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장관은 전날 서울 노원구 공릉동 도깨비시장을 찾아 밀린 임대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가에 눈물이 맺힌 보도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이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박 장관이 시를 통해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박 장관을 대신해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등판론이 제기됐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전날 TBS와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가 대안이 없다면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총리의) 등판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이분이 어떤 제안도 받고, 고민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는 박 장관의 출마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당내 기반이 거의 없고 친문층 지지도가 낮은 김 전 부총리가 경선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 김 전 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박 장관의 불출마를 전제로 하는데, 박 장관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박 장관은) 출마한다”며 “지난번(총선)에 출마를 안 했지 않나. 이제는 장관직을 내려놓고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마 시기에 대해서는 “이달 중으로 한다”고 단언했다. 설 의원은 “(박 장관이) 선언만 안 했을 뿐이지 출마한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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