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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된 물량 하나 없는 ‘허수기반 대책’… 시장 불안만 가중 [부동산 ‘2·4 공급대책’ 논란]

입력 : 2021-02-13 06:57:14 수정 : 2021-02-13 19: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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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언제 몇 채 들어서는지 몰라
미지상태서 신규 규제 여럿 만들어
공급 확대 시그널 대신 부작용 양산

변창흠 “서울 도심서 공급 물량 충분
성공사례땐 참여 더 늘 것” 주장 불구
오판땐 공급량 현저하게 줄 우려도

단기 성과 기대면 시장불안 해소 못해
수요자 정책 믿고 기다릴 사후책 내야
일각 “4월 재보선 노린 정책” 의구심
개발규제 완화로 선의 피해자 없어야
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 본 도심. 뉴스1

 

지난 4일 발표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대책)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면제와 사업기간 단축, 시장 참여자 인센티브 강화 등의 방안이 포함돼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4대책에 넣은 83만6000가구라는 파격적 물량은 현재까지 확정된 곳이 하나 없는 ‘허수’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공공시행 도시정비사업 추진에 따른 개인 재산권 침해와 ‘거래절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진다. 이렇게 되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강력한 공급 ‘시그널’을 주려던 정부 정책 취지가 훼손되고, 특단의 대책에 의한 집값 안정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도 꺾일 수밖에 없다. 이에 세계일보는 2·4 대책이 낳은 문제점을 진단하고 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물을 보도한다.

 

“실제 공급 확정 지역과 물량이 아닌 추정치만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처음 봤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지난 4일 발표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대책)을 살펴본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가 2·4대책에서 밝힌 공급 규모는 총 83만6000가구다. 서울에서만 32만가구로, 이는 2018년 9·21대책에서 발표된 수도권 3기 신도시 총량 30만가구보다도 많다. 문제는 이들 주택이 어디에 언제 몇 채씩 들어서는지 확정된 게 현재까지 하나도 없다는 데 있다. ‘허수기반 대책’ 등의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4일 정부가 수도권에 61.6만 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지하철 석촌고분역 인근 저층주거지인 빌라 밀집지역 모습. 뉴스1

특히 정부는 이처럼 공급 물량은 ‘미지’의 상태인데, 새로운 주택공급 방안에 적용할 신규 규제를 여럿 만들어 시장 불안을 가중했다. 현금청산 등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는 수요는 기존의 신축 아파트로 몰려 ‘풍선효과’를 부르고, 정부를 믿고 대대적 공급 물량을 기다리는 수요는 전월세난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려던 정부 대책이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2·4대책에 대해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서울에 2025년까지 32만3000호를 공급한다는 것은 부지확보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공급 목표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 성공사례가 나오면 참여율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해 정부가 상황을 오판했을 경우 공급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정부가 동참할 것으로 잡은 25% 조합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공급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로 재개발 등의 추진요건을 완화한 것 역시 3분의 1의 요구로 정비사업의 해제를 할 수 있는 법과 충돌할 경우 무력화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자발의 공급 의지에 따라 향후 주택공급 총량이 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목표로 한 공급량과 공급 효과의 변수는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 반응도 이해득실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사업성을 우선시하는 강남권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조합원은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면제 등 인센티브를 많이 준다고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재개발이 좌초된 옛 뉴타운 지역 등은 호응도가 높다. 2017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서울 성북5구역의 모현숙 주민대표(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고 정부가 수익성까지 보장한다고 하니 주민들이 대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우리 지역은 주거환경개선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개발 수단은 중요치 않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2·4대책에서 정부가 약속한 주택공급이 실행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어야 할 시장 불안에 대한 걱정도 많다. 대책 발표일 이후 개발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한다는 방침에 재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지 지정 전 매입자에게 현금청산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국토부는 사업 후보지 중 거래가 빈번한 곳이 최종 선정되는 것을 최소화해 현금청산 대상자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위헌 논란에 대해선 “대책을 준비하면서 이미 법률 검토를 거쳐 위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거래절벽’도 우려된다. 서울에서만 222곳에 달한다는 사업 후보지가 미공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피해서 집을 사는 것이 컴퓨터 ‘지뢰 찾기’ 게임에서 지뢰를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부동산 카페 등에는 “아직 공공정비사업 대상지가 한 곳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피해서 집을 사란 말이냐”는 등의 항의성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주택 매수세는 공공개발 가능성이 낮은 곳을 찾아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해당 지역의 집값이 뛰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해진다. 대표적인 곳이 신축 아파트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신축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책이 나온 뒤 매도가를 올리려는 집주인의 문의가 많이 온다”며 “기존 입주권 문제로 기존 재건축·재개발단지 거래가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에 매도 우위세가 더욱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대기수요가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서울 도심권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이주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공공분양 주택에 추첨제를 도입하면서 이를 노리는 대기수요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청약 대기자가 발생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또한 재건축이 활발하게 되면 이주수요 발생으로 전셋값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과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2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용산에서 바라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의 모습. 남정탁 기자

시장 밖의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2·4대책 기조 전반이 흔들리거나 실행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현 정부와 달리 ‘민간주도’ 대책의 추진을 공언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 규제 완화 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야당 유력 주자인 안철수 후보도 “주택 건설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주도로, 주민의 참여로 추진돼야 참여율도 높아지고 사업이 끝난 후 재정착률도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뉴스1

◆부동산 정책 땜질 처방… ‘찔끔 내렸다가 폭등’ 반복

 

‘2·4 공급대책’을 포함해 문재인정부는 모두 25차례 각종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 수요를 찍어 누르기 위해 규제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발표 주기가 짧아졌음에도 시장은 대책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막상 제대로 효과를 본 대책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규제를 피해 주변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라 전주 대비 0.1% 상승폭이 커졌다. 2·4 대책의 효과가 반영되진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수차례 대규모 공급대책을 예고했음에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값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게된 원인을 그간 반복된 학습효과 탓으로 보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잠시 주춤했다가 시차를 두고 다시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2018년 정부는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9·13 대책을 발표했다. 무섭게 치솟았던 집값 상승폭이 6개월가량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누적 변동률은 -1%에 불과했다. 9·13 대책 발표 직전 4개월간 3.25%, 직전 1년간을 합치면 9.18%나 오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인 셈이다. 다시 치고 올라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세제·청약 관련 규제가 총 망라된 한층 더 강력한 12·16 대책이 공개됐지만,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9주 만에 멈췄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이곳저곳에서 폭등 현상이 벌어지자, 정부가 지난해 2·20 대책으로 수원과 안양, 의왕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재차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옮겨갔고, 정부는 아예 6·17 대책으로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버렸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를 일시적으로라도 누그러뜨렸던 9·13, 12·16 대책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역풍이 불어닥쳤다. “더 늦으면 영영 집을 살 수 없다”는 조바심에 20·30대를 주축으로 ‘패닉바잉(공포매수)’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7월 한 달간 주택거래량이 14만1000여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여권 지지율까지 급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들여 추가 대책을 주문해 7·10, 8·4 대책이 발표됐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되려 새 임대차법 시행(7월31일)과 함께 전세난까지 심화하며 지금도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지만, 대책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풍부한 유동자금이 몰려들고, 코로나19 여파로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는 흐름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데도 정부가 상황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 뉴스1

◆"아직도 믿니?"…‘2·4 공급대책’에도 냉담, 관건은 신뢰

 

문재인정부가 역대급 규모의 2·4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부동산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주거정책 수장까지 나서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그간 쏟아낸 대책들이 번번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의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꾸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급확대 계속된다”는 일관성 관건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택지 개발과 함께 역세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다양한 정비사업을 위주로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더라도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는 최대 5년이 소요된다. 그 외 신축 매입과 리모델링 등 단시간에 공급이 가능한 물량은 이번 대책 86만여가구 물량 중 10만여가구에 불과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놨지만, 3∼5년 지나 공급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집값 상승세가 꺾인다거나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실제 공급이 늘어나는 데까지 수년의 시차가 있는 만큼 수요자들이 여유를 갖고 기다릴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 발표를 앞두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여당 일부 인사가 해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국토부와 서울시 등이 반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부동산 감독기구 개편 문제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간 이견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 설익은 정책이 쉼 없이 공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에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물량 풀겠다고 발표한 것이지,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반응”이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급 확대를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추가 대책도 이어져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 없는 공정성 확보해야

 

2·4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정부가 공공주도개발사업 구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노후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개발구역이 확정되기 전에 주택을 매입했다가 향후 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탓에 벌써부터 거래가 ‘올스톱’됐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직 사업이 추진될지도 모르는 노후 지역의 빌라를 매입했다고 향후 소유권을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신축이나 지분 분할에 대해 규제하는 방향은 맞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부동산대책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17대책 당시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새로 지정된 곳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무주택자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으로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소급 적용 논란이 제기됐다. 새 임대차법은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경우에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시점에 따라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세입자에게 퇴거위로금을 주는 관행이 정착됐고, 결국 홍남기 부총리도 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스무 번이 넘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쳤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소통하려고 하지 않으니, 언제부턴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시흥 일대 아파트 단지. 권용훈 인턴기자

 

◆‘깜깜이’ 2·4대책, 국민도 외면… 설 연휴 뒤에 명운 갈린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도시권 주택 공급 확대를 담은 ‘2.4 공급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반응이 시원찮다. 구체적인 실행 사례가 결여된 ‘허수 대책’의 한계 때문이다. 설 연휴가 지나면 아파트값 동향 등으로 2·4대책이 보낸 공급 확대 ‘시그널’이 시장 심리에 미친 영향이 파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변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안정은 고사하고 신학기 이주 수요 등과 겹친 매매·전세가 동반상승 폭이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뉴스1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4대책은 이번 설 연휴 직후 첫 시험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연휴 뒤 설명회를 열어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공공시행 정비사업 대상 후보지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 222개 등의 후보지가 소규모 사업장 위주라 확실한 공급 확대 신호를 주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이렇게 되면 2·4대책과 문재인정부 주택정책은 치명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서울 도심의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며 3기 신도시 개발 등 외곽지로의 수요 분산으로 대응했다가 실패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서울 도심 공급 확대로 선회했고, 이번 2·4대책은 이들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공공개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현 정부 주택정책 변화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2·4대책은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라서 실제 물량이 얼마나 공급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 등으로 당장의 집값 상승세와 전셋값 급등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설 연휴가 지나면 신학기 학군 이주 수요까지 보태져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재개발 상담 관련 등의 내용이 적힌 모습. 연합뉴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학기를 앞두고 지난해 서울 전역에서 벌어진 아파트값 ‘키맞추기’가 재현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외곽지역이 꾸준히 오르면 경기도 집값까지 들썩일 수 있다”며 “정부가 2·4대책에서 규모가 크든 작든 구체적인 공공개발 성공 사례를 하나라도 제시했더라면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감을 잠재우는 모멘텀이 됐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앞선 여러 대책에도 계속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목격한 국민도 2·4대책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 여론조사를 벌여 이날 공표한 결과를 보면, 2·4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1%로 나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그동안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이라며 2·4대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나기천·박세준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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