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명 'N포 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그 어느 연령대보다 크게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뉴시스와 통화한 백모(29)씨는 "LH 직원들이 신도시 정보로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러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백씨는 "최근 집값이 엄청 올랐을 때 지인들과 '내 생에 집은 못 사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신도시 주무부처 공직자들이 정보로 토지를 거래했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20·30세대는 흔히 'N포세대'라고 불린다.
2010년대 초반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으로 '삼포세대'라는 단어가 유행했고, 이후 취업, 주택구입 등이 더해지며 N포세대가 됐다. 포기할 영역이 특정 숫자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청년 층은 주택구입을 포기한 세대라고 불리는데,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투기를 통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한 '동학개미'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모(31)씨는 "호재를 알고 땅을 사는 행위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며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역린인데, 공직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익을 추구하는 투기꾼 같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사기업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자를 하면 처벌을 받는데 공공기관에서 내부정보로 투기를 하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며 "경찰에서 강력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 청약, 분양 방법 등 정보를 얻기 위해 종종 LH 홈페이지를 찾은 경험이 있다는 강모(31)씨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문구가 있더라. 국민 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서 신도시 예정 지역에 땅을 산 것 아닌가. 거짓말로 포장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동산 영역은 정부의 경제 정책 가운데 국민적 관심도가 특히 높은 사안임에도 공공기관 외부에서 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사실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30)씨도 "컨트롤타워가 투기행위를 했다고 드러나는 상황인데, 정부 정책을 더는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사회 전체 차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고 했다
오씨는 "LH 일부 직원들은 내부정보로 쉽게 큰돈을 번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상황에서 처벌이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신도시 투기지역을 전부 엎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투기 세력을 비난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투기 세력의 일부라고 드러난게 아니냐"며 "당장 소규모 청년 주택 정책 발표를 봐도 '누가 얼마를 해먹었을까' 의심하게 되는게 사실이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 종사하는 이모(30)씨 역시 "LH 직원의 투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밖에서도 그렇게 의심해왔다"고 전했다.
또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서 LH 직원들의 적반하장식 글이 분노를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
청년단체들은 결국 단체행동에 나선다. 한국청년연대, 청년하다, 청년진보당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서울 강남구 LH서울본부 정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기자회견 진행할 예정이다.
이 단체들은 "청년들은 월세를 전전하는데, LH는 투기를 전전했다"고 비판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임직원 10여명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 발표 전 100억원대 토지를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 의혹이 제기된 후 신도시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 우려가 제기됐다. LH직원 뿐 아니라 정치인, 공무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까지 고개를 들며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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