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참여는 피할 수 없는 선택
우리 대북·대중정책 조정해야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이 어제 서울에서 열린 ‘2+2’ 회의에서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공동 대처키로 했다. 한반도 문제가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아래 다뤄져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라면서 “미국은 한·일 등 동맹국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대중 견제와 관련해 양국 간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충족 요건’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원론 수준의 공동성명과 달리 기자회견에선 블링컨 장관이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부각시키고 중국에 날 선 비판을 했다. 한·미동맹 간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님을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엊그제 미국을 겨냥해 “앞으로 잠 설칠 일 하지 말라”고 한 데 이어 어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대북정책을 마련한 뒤 추진될 북·미 간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사전 포석이다.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은 중국 견제다. 우리 정부는 중국을 의식해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 확장판인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여러 쿼드 현안에 대해 한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한 데 비추어 쿼드 플러스 참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한·미·일 협력을 위한 한·일 관계 복원도 큰 숙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대일 유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일본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일정을 마치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미 알래스카에서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방위 패권경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외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대북·대중정책 기조를 조정할 때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이해를 구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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