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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작가들은 왜 미얀마 사태에 분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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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8 00:49:18 수정 : 2021-04-08 0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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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광주’ 떠올라 … 민주화 투쟁 지지 나서

“지난 두 달 사이 군부가 살육한 미얀마 시민은 공식적으로 510명에 이르며, 실종과 구금, 부상 등을 합치면 희생자들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지난 5일 한국작가회의와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는 한국어와 영어로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을 우려하고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에 대한 학살을 즉각 멈추라”고.

특히 한국작가회의는 앞서 지난달 5일에도 성명을 내고 “뜻을 같이하는 여러 단체들과 미얀마의 민주적 실천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천명했고, 이틀 뒤 대전역에선 미얀마 청년연대와 버마 민족민주동맹 등과 규탄 집회를 열었다.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어디 그뿐인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담은 시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쓴 김준태 시인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내밀한 언어로 담아온 고재종 시인 등 광주전남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연대시를 지역 언론에 릴레이로 게재했다. 많은 시인과 소설가 등 작가들 역시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미얀마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다.

“동백도 논냉이도 알라만다도 몰마농도 현호색도 버다웃도 설앵초도 괭이눈도 사라수도 뚜껑별꽃도 애기나리도 프랑지파니도 피는 봄// … 산을 오르고 바다도 건너고 국경마저 허물어/ 세상 가장 튼튼한 연대로 닿아서는/ 외롭지 않고 약하지 않고 굽히지 않고/ 어둠도 지우고 쇳소리도 삼키며/ 그곳이 어디든 끝내는 피고야 만다/ 오고야 만다 봄은”(황형철 시인의 시 ‘세 개의 손가락’ 부분)

문인과 작가들은 왜 미얀마 사태에 분노하는가. 아마 2021년 미얀마에서 40여 년 전 우리가 겪었던 ‘광주’를 보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사 등에 다 담기지 않는 문인 5단체의 5일 성명에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88세대의 자식들인 청년과 노동자들이 민주주의 확립과 군정 종식을 외치며 비무장 상태로 목숨을 내놓고 항거 중이다. 팔목에 유서를 써둔 채 총알과 수류탄이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지옥의 거리에서 맞서고 있다. 이렇게 싸우다가 희생당한 사람 중 40여 명은 어린이들이다. 우리는 이 숭고하고 피어린 장면에서 우리나라의 1980년 오월 광주를, 1960년 4월을, 1919년 3월을 겹쳐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미얀마 시민들의 불굴의 저항과 희생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가 싸우고 견디어 이뤄놓은 역사를 거울 속의 얼굴처럼 마주 보게 된다.”

물론 작가들이 분노하는 근저에는 군부의 무지막지한 폭력과 야만에 쓰러지고 울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연민이고 사랑이며 연대가 자리할 것이다. 문인단체 성명에서 국제사회에 개입을 촉구하며 한 말은 “보편적인 인류애와 생명 옹호”였다.

머리에 총탄을 맞아 희생된 푸르디푸른 19세 청춘 대학생 차일 신, 그 증거를 없앤다며 무덤에서 그의 시신을 도굴한 야만의 군인들. 쓰러지고 도굴된 인간 존엄의 추락 앞에서 분노하지 않은 작가는 없을 것이다. 김준태의 시 ‘미얀마에서 제비가 날아온다!’가 이 순간 페이스북을 통해 미얀마인들에게, 세계 시민들에게 공명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 총구멍에서 나오는 정의는 독사의/ 혓바닥에서 나오는 독(毒)에 다름 아니다/ 총칼로 권력을 쥔 자는 총칼로 망한다/ 아무도 미얀마의 하늘을 빼앗을 수 없다/ 아무도 미얀마의 꽃과 새와 별들의 노래를/ 그 아름다운 사랑과 평화를 빼앗을 수 없다/ 아아아 미얀마에서 제비, 제비들이 날아온다!/ 미얀마! 미얀마! 미얀마! 미얀마! 미얀마!”(‘미얀마에서 제비가 날아온다!’ 부분)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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