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도중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멱살을 잡히는 소동이 벌어졌다. 기념공연이 시작된 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김붕준 선생의 손자이자 광복회원인 김임용씨가 김 회장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여러 차례 흔들었고, 황기철 보훈처장 등이 말려 상황이 끝났다고 한다. 김씨는 “김 회장이 사익을 위해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광복회원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데 분노한 것”이라며 “형사 고발을 각오하고 한 일”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만든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김 회장이 마음대로 복제해 정치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용했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낸 김 회장이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유족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독립운동가 최재형 상’을 수여해 파문이 일었다. 취임 이후 각종 명목의 상을 만들어 70여명에게 시상했는데, 대부분이 친여·진보 성향 인사다. 더불어민주당 설훈·우원식·안민석 의원은 반일운동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우리 시대 독립군’으로 선정됐고, 같은 당 소속 은수미 성남시장은 ‘단재 신채호 상’을 받았다. 김 회장이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념 편향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뿐”이라며 애국가를 부정했다. 심지어 “국립현충원에는 친일 군인을 비롯한 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며 이들에 대한 파묘를 주장했다. 또 북한 핵개발을 옹호하고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포기를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친북·반미 행태를 보였다. 광복회장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모인 광복회는 우리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단체다. 광복회 정관 9조에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2월 광복회 서울시지부 지회장들이 김 회장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일부 회원들이 그의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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